아파트 층간소음을 차단하는 우수 기술은 많지만 기술이 실제 현장에 적용된 사례는 드물다. 층간소음 기준 강화 정책이 적용된 현장이 아니면 설계를 굳이 변경할 필요가 없어서다. 조합 등 시행자 입장에선 등급이 높을수록 단가부담도 커진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 착공 현장 중 층간소음 1등급 저감기술이 적용된 현장은 0곳이다. 적용 중인 최고 등급도 2등급이다. DL이앤씨가 ‘e편한세상검단웰카운티’ 단지에 2등급(37㏈ 초과~41㏈ 이하)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층간소음 저감기술은 표준시험 공간에서 바닥충격음을 측정하고 소음저감 성능을 차등 인정한 기술이다. 1등급은 구조형식·슬래브 두께·완충재 등을 강화해 소음 수준이 37dB(데시벨) 이하가 되는 기술이다. 이하 등급은 4㏈씩 증가한다. 최저 기준은 4등급(45㏈ 초과~49㏈ 이하)이다.
기술등급이 높을수록 소음 피해는 덜하다. 통상 10㏈이 낮아지면 사람 귀에 2배가량 소음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1등급 기술 상용화 시 4등급(49㏈)보다 12㏈ 낮춰져 소음이 절반 가까이 줄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연내 상용화 가능한 1등급 저감 기술을 개발해 내년도 신규 사업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공공주택엔 3등급(41㏈ 초과~45㏈ 이하) 설계기준이 전면 적용된다.
국토교통부 ‘층간소음 해소방안’에 따르면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한다. 내년엔 공공주택부터 현행대비 4배 강화(49dB→37dB이하)된 층간소음 기준 1등급 수준을 적용하고, 민간으로도 확산하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층간소음을 최소화하려는 정부 의지와 달리 현장에선 1등급 기술이 적용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층간소음기준이 강화된 정책이 적용된 현장 중 착공단계인 현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층간소음 해소방안’이 시행되려면 주택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입법을 계획하고 있다. 유예기간(1년)을 거쳐 오는 2026년 사업계획을 승인받는 공동주택부터 적용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더욱이 기술 등급을 높일수록 설계를 변경해야 하고, 이러면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단가 부담도 커진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등급 인증을 받은 기술을 활용하려면 슬라브 구조나 두께 등을 모두 변경해야 하는데 그러면 진행 중인 설계 자체를 변경해야 해서 층간소음기준 강화 정책이 적용된 현장이 아니면 굳이 조합에서 그것을 변경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설계는 조합에서 하니까 조합 선택에 따라 시공할 텐데 1등급 기술이 있다고 해도 경제 논리에 따라 등급을 고를 것”이라며 “상용화는 경제 논리에 맞아야 한다. 실제 사용되지 않은 특허와 기술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