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작열하던 주말, 잠실벌은 다이브(아이브 팬덤명)의 지상낙원이 됐다. 그룹 아이브가 약 10개월에 걸친 월드 투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펼친 아이브에게선 여유가 가득했다. “서울이여, 내가 왔다!” 쩌렁쩌렁 외치는 멤버 안유진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아이브의 앙코르 공연 ‘쇼 왓 아이 해브’가 10, 11일 양일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열렸다. 지난해 10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던 것에 비해 규모가 대폭 커졌다. 몸집을 키운 만큼 실력도 쑥쑥 성장했다. 이들이 10개월 동안 다닌 곳만 아시아, 미주, 유럽, 남미 등 19개국 27개 도시에 달한다. 경험을 쌓은 만큼 무대매너와 라이브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거친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성량이 인상적이었다. ‘일레븐’, ‘오프 더 레코드’, ‘아센디오’, ‘러브 다이브’, ‘애프터 라이크’, ‘해야’ 등 활동곡에 더해 ‘홀리 몰리’, ‘로얄’, ‘립스’, ‘섬찟’ 등 수록곡이 빼곡하게 이어졌다.
눈에 띄는 건 또 있다. 여느 K팝 가수 공연장보다 어린이와 가족 단위 팬이 많았다. 오랜 기간 해외 순회를 다녀와도 ‘초통령’(초등학생에게 인기가 많다는 걸 빗댄 표현)다운 입지는 그대로인 듯했다. 공연 전 만난 신동민(42)씨는 리즈를 보고 싶다는 딸 신서율(11)양 성화에 이른 아침 강원도 춘천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 신씨는 “딸이 아이브의 엄청난 팬”이라며 “부모가 함께 와야 할 것 같아서 왔다”고 했다. 초등학생 사이엔 아이브를 좋아하는 게 유행이란다. 신양도 친구와 함께 아이브에 빠졌다. “공연장에서 아이브 언니들과 대화하는 게 소원”이라는 말도 수줍게 덧붙였다.
공연장에는 무리지어 온 아이들이 가득했다. 안전요원들의 모습도 여타 공연과 달랐다.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응원봉 작동 방법을 묻자 이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한 경호원은 쿠키뉴스에 “확실히 어린이들이 많다”면서 “다른 공연보다 통제나 제한을 줄이고 최대한 친절하고 다정하게 응대하고 있다”고 했다. 대답하면서도 쏟아지는 어린이들의 질문에 응대하기 바빴다. 중장년 팬층이 많은 가수 임영웅 공연장과 정반대 분위기였다. 다양한 연령층과 국적의 팬들이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해외 투어의 앙코르였지만 이번 공연은 종전과 달랐다.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오프닝부터 바꿔봤다”(안유진)는 말처럼 변화에 거침없었다. 밴드 라이브를 가미하고 ‘로열’은 새 안무를 가미해 변주를 줬다. 이들은 동화 속 공주님이다가도 천사와 악마를 오갔다. ‘쇼 왓 아이 해브’라는 공연명에 걸맞게 자신들의 매력을 다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그 사이에서 돋보인 건 이들의 성장세다. “10개월 만에 오니 우리가 좀 성장한 것 같다”(레이)는 자신감을 증명한 무대가 이어졌다. “적셔 나의 색깔로”(‘블루 블러드’), “다시 태어나는 나야”(‘블루 하트’)라는 가사처럼 매 무대마다 덧칠하는 각기 다른 색으로 마음을 적셨다.
큰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보며 아이브는 감동에 잠겼다. “떨어져 있어도 항상 사랑과 응원을 보내준 다이브 덕에 투어를 마칠 수 있었다”(레이), “계단 하나를 뛰어넘는 계기가 됐다”(가을), “앞으로 다이브와 함께할 날들이 더욱더 기대된다”(장원영), “다이브를 하루 빨리 다시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안유진), “항상 내 곁에 있어 달라”(이서), “묵묵히 응원해 주는 다이브에게 고맙다”(리즈)는 소감이 이어졌다. 긴 여정을 마친 아이브는 새로운 꿈의 무대를 자신들의 색으로 채워간다. 이들은 오는 17, 18일 일본에서 열리는 서머 소닉 2024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