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또는 생애 초기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아이들의 후생유전학적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3일 인하대병원에 따르면 이동욱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어린이 환경과 발달 코호트(EDC Cohort)’의 모(母)-자(子) 38쌍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어린이들이 6세가 되었을 때 채혈한 피에서 DNA 메틸레이션(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해 특정 유전자가 켜지거나 꺼지게 만드는 화학적 변형 과정) 정도를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후생유전학적 노화 지표가 실제 출생 후부터 경과한 나이와 차이가 있는지 계산했다.
그 결과, 대기오염 물질 노출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경우 후생유전학적 노화가 촉진됐다고 봤다.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 초미세먼지(PM2.5)에 평균 4.56㎍/㎥ 추가 노출되는 경우, 아이의 후생유전학적 나이가 0.406년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산화탄소에 0.156㏙ 추가 노출될 경우, 평균 0.799년이 촉진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6세 채혈 전 1년간 노출된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오존 또한 후생유전학적 노화를 유의미하게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욱 교수는 “어린이와 태아는 지속적으로 세포분열을 하며 성장 중이기 때문에 독성 물질에 더 취약하다”며 “특히 임신 중 미세먼지 노출은 조산과 저체중아 출산의 위험을 높이고, 어린 시기 대기오염 물질 노출은 성장 저하,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 신경발달 저해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번 연구가 대기오염 노출이 어린이의 생물학적 나이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잠재적인 질병 상태를 조기에 식별하고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연구들은 대기 오염 노출이 성인들의 생물학적 나이 가속화와 연관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지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특히 태아기와 유아기 대기 오염 노출과 생물학적 나이 가속화 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최근 연구에서는 식이나 생활습관 개선, 약제 사용 등을 통해 후생유전학적인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어 대기오염 물질 노출로 인한 후생유전학적 변화를 일부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Ex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피인용지수 6.2)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