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은행장들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은행에 대한 국민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것이 현실”이라며 “왜 비판을 받는지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해 “시장에 충분한 경쟁이 있는지, 치열하게 혁신하고 있는지, 어려울 때 상생의 노력이 충분한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외국계은행, 국책은행, 인터넷은행 등 은행연합회 20개 사원은행장이 참석했다. 조병규 우리은행 은행장은 코로나19 확진으로 불참했다. 대신 김범석 국내그룹 부문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최근 연이어 발생한 횡령 부당대출 사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정책,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문제 등도 은행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우리은행에서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손태승 전 회장의 처남댁과 처조카 등 친인척이 운영하는 20개 업체에 616억원 규모(42건)의 부정 대출이 취급된 것으로 금융감독원 현장검사에서 적발됐다. 또 우리은행에서는 지난 6월에도 직원이 대출 사기로 180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드러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가계부채 △소상공인 부채 △은행권 혁신 △내부통제 사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먼저 김 위원장은 그동안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가계부채가 올해 상반기부터 늘어나고 있다면서, 내달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하되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금리를 0.75%p에서 1.2%p로 상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또 내년부터는 은행별 DSR 관리 계획을 수립·이행해 나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가계대출 추이를 면밀히 점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은행권 주담대 위험 가치 상향 등 추가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 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만기 연장 상환유예, 새 출발기금 확대 등을 통해 소상공인의 채무 상환 부담을 낮추고자 노력해왔다”면서 “소상공인 부채가 부실화되면 은행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은행도 이 문제를 같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소상공인 맞춤형으로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일회성 지원에 그치기보다, 차주 상환 노력을 고려한 부채 관리를 시스템으로 내재화하는 방안을 함게 마련해 봤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혁신과 관련해서는 예대마진과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전통적 영업 모델을 탈피해야 한다면서, 혁신은 금융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내부통제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은 항상 신뢰의 정점에 있어야 한다”면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은행 신뢰 이슈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내부통제 강화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책무구조도와 관련해서는, 이같은 노력의 하나의 계기이자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면서 금융당국도 적극 지원·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은 “은행이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수와 예대마진으로부터의 의존에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은 뼈 아프다”면서 “은행도 금융산업 근간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금리 혁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은행은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종합대책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협력해 나가겠다. 또 업계 이익보다는 국민 경제와 소비자 관점에서 규제 혁신에 착수해야 한다는 위원장님 말씀에 공감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