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중재 절차에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박동현씨는 지난해 4월 K8 차량을 구매하자마자 차량의 규칙적인 떨림 증상을 확인했다. A/S를 통해 엔진을 교체했음에도 떨림 증상이 계속되자 박씨는 A/S를 다시 요청했다. 이에 청주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는 “가스차는 원래 떨리는 것”이라며 A/S를 거절했다.
센터는 그러면서 박씨에게 차량에 결함이 있다는 증거를 찾아오면 원하는 요구 조건을 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박씨는 일산, 오산, 서울, 하남, 평택, 부천, 대전, 포항, 경주 등 9곳의 정비소를 방문해 차량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을 받아 청주 기아 서비스센터에 제출했다.
서비스센터에서 해당 소견들을 인정하지 않자, 박씨는 소비자보호원과 국토부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자동차심의위)에 중재를 요청했다.
자동차관리법 제47조의2에 따른 자동차의 교환·환불에 관한 분쟁의 해결은 국토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 속한 중재부의 결정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중재위원들은 감정인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판정을 내린다. 박씨가 중재위에 제조사와 관련이 없는 공정한 감정인을 섭외해달라고 거듭 부탁한 이유다.
심리 이후 감정인과 중재위의 공정성이 의심되더라도 ‘확정판결’이 내려지면 ‘취소의 소’를 제기한 뒤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복잡한 구조다. 이에 박씨는 중재위에 심리 전 감정인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중재위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감정인은 외부에서 받은 소견과 달리 ‘차량은 문제가 없는 정상 차량’이라고 판단했다. 중재위는 감정인의 의견을 반영해 문제가 없는 차량이라고 확정판결을 내렸다.
박씨는 “심리 전 감정인과 중재위원들이 아는 사이인 것처럼 대화를 나눈 것이 의아해 심리가 끝난 뒤 직접 감정인에 대해 알아봤다. 알고보니 기아자동차에 인턴십 과정을 보내는 대학교 학과에 재직 중인 교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청인은 자동차심의위 중재 판정 전 혹은 심리 중에라도 감정인을 기피할 수 있다. 감정인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음에도 알려주지 않아 제척이나 기피 신청을 못했다”며 “중립적인 위치에서 공정한 판단을 부탁했음에도 이렇게 배정을 한 것에 억울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에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관계자는 “감정인이 재직 중인 대학교가 기아자동차와 인턴십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 중재위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이해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제척 제도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씨의 요청에도 감정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 주로 중재위는 교통안전공단에서 위탁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교통안전공단은 해당 사안와 관련해 감정인을 섭외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감정인을 직접 섭외하지 않았다. 또한 감정인은 참고인일 뿐”이라며 “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심의위를 운영하는 것이지 중요한 결정은 국토부에서 한다. 교통안전공단은 행정적인 절차들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정인을 누가 섭외했는지 어느 기관에서도 밝히지 않았다. 쿠키뉴스는 감정인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감정인은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박씨의 차량을 진단했던 자동차 전문가는 자동차 기술에 대해 해박하지 않은 중재위 구성원들이 감정인의 판단에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중재 신청인이 기술 결함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감정인의 판단이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해당 사안의 경우 차량의 떨림을 측정한 데이터를 그래프로 만들면 부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정인과 중재위에서 데이터를 그래프화해서 차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숫자로만 써서 판단했는지에 따라 결함 여부 인정이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씨는 “모든 차량이 100%의 컨디션으로 출고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차량이 만족스럽지 않았어도 교환이나 환불이 아닌 A/S를 통해 해결하기 원했다”며 “수리만 해주면 끝나는 일을 점점 키워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문제가 있는 차량을 문제가 없다고 버티니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