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둑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첫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신간 『대국: 기본에서 최선으로』는 한국 바둑 1인자의 계보를 잇는 천재 기사 신진서 9단의 인생 복기, 그리고 멈추지 않는 도전의 이야기다. 특히, 제25회 농심신라면배에서 ‘상하이 대첩’을 넘어 ‘상하이 신화’를 창조한 신진서 9단의 끝내기 6연승 스토리를 필두로, 신진서 9단의 빛나는 순간들과 그 이면의 뼈저린 노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울러 제25회 농심신라면배를 비롯해 신진서 9단이 직접 꼽은 주요 대국 하이라이트 기보 및 해설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바둑 인생의 소중한 동반자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프로기사로서 성적을 잘 내는 것이 우선이지만, 우리나라 바둑을 위해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책임 또한 적지 않게 느끼는 나날”이라고 말한 신진서 9단은, “책을 내기로 마음먹은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 9단은 “제 이야기가 우리나라 바둑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서툴지만 글을 적어 보았다”고 에세이 출간 취지를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바둑이 강한 기사로 자타의 공인을 받고 있음에도 ‘끝없이 성장하는 기사’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는 신진서 9단. 그의 첫 에세이 출간은 한국 바둑의 부흥을 위해 내디딘 발걸음이다. ‘신공지능’ 신진서 9단의 멈추지 않는 도전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대국: 기본에서 최선으로』는 전국 오프라인 및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다.
다음은 『대국 : 기본에서 최선으로』에 수록된 글 발췌.
p. 30, 1. 제25회 농심신라면배 – 기적 같은 순간들 中
가끔은 인간도 인공지능을 뛰어넘는 수읽기를 할 때가 있다. 신이 아니기에 AI도 완벽하지는 않다.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AI를 넘어설 수도 있지 않을까? 늘 그런 꿈을 꾸며 끝없는 한계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공부에 임한다. 나는 아직도 성장하는 중이므로.
p. 97~98, ‘친구이자 스승이자 넘어서야 할 그것, AI’ 中
나는 현재 AI가 갖는 절대적인 존재감을 누구보다 인정하며 그것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사람이지만, AI는 나를 가두기보다 도약하게 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AI는 끊임없는 숙제를 주는 존재고, 내가 게을러질 수 없게 만드는 1등 공신이다. 세계 1위에 올라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건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AI가 있는 덕분이다.
p. 118, ‘가장 큰 적은 나였다’ 中
칠흑 같은 어둠을 더듬어 가는 와중에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그날그날 닥쳐오는 경기들을 소화했고, 그러다 보니 잘 안 풀리는 와중에도 몇 경기에 승리하며 조금씩 희망을 얻었던 것 같다. 힘든 시기에는 작은 승리도 큰 위로가 되었다. 나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는 작은 발전, 작은 기쁨들이 쌓이면 슬럼프를 벗어나는 큰 동력이 된다.
p. 128, ‘간절해야 이길 수 있다’ 中
지면 눈물이 날 정도로 분하고, 이기기 위해 밤을 새워 칼을 갈며, 승리를 위해서는 가랑이가 찢어져도 달려가는 내 성질이 오로지 바둑에서만 발현되는 게 참 다행스럽다 싶기도 하다. 일상에서 내가 그런 인물이었다면 가족과 이웃에게 환영받는 사람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p. 140, ‘나쁜 것들과 친구 맺기’ 中
이겼다고 믿을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잡념은 교활하다. 이겼다고 생각해 방심하는 순간이 자신이 파고들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임을 알고 있다. 목표가 눈앞이라면 그때야말로 조심해야 한다. 그때가 가장 큰 위기일 수 있다.
p. 175, ‘인터넷이 나를 키웠다’ 中
지나치게 빨리 착점하는 버릇은 프로기사가 되고 수년이 지나서까지 떠나가지 않아 중요한 순간마다 내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약점이 되고 말았다. 기질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책임감 있는 바둑을 두어야 할 지금조차 조금 더 생각해야 함에도 나도 모르게 착점할 때가 있다.
p. 182, ‘독하게 두었다, 아버지와 함께’ 中
어린 마음에 아버지가 세워놓은 높다란 목표들이 때로는 너무나 막막하고 거대해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내게 아버지는 문제 대마왕이었다. 아버지는 내 나이에 도저히 풀 수 없는 사활 문제를 내고 그것을 끝까지 풀어낼 것을 요구하시곤 했다. 비록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이를 악물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셨다.
p. 242, ‘오늘부터 바둑 한판?’ 中
나는 바둑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전 국민이 바둑 매니아가 되길 원하지는 않는다. 그건 가능한 일도 아니다. 단지 사람들이 바둑의 존재를 알고, 자신의 취미 중 하나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되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취향에 맞으면 바둑을 즐기며 바둑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세상의 이치를 배워나가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p. 276~277, ‘바둑을 빼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 中
내 삶의 어떤 부분은 너무 빨랐고, 어떤 부분은 너무 느렸다. 중장년이 겪을 법한 경험을 얻기도 한 반면, 어떤 면에서는 10대 청소년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숙하다. 어려서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인생에서 속도라는 게 참 중요하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