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도 세대가 있다. 통상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드라마 여주인공에 열광하며 명동 일대의 화장품을 쓸어담았던 것이 1세대로 분류된다. 당시 명동에서 땅이 가장 비싼 자리들은 전부 화장품 가게가 차지했고, 중국인 관광객은 주저하지 않고 바구니에 화장품을 쓸어 담았다.
중국인 ‘보따리상’은 면세점 매출에도 착실히 기여했다. 백화점 앞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늘 줄지어 있었고, 유커들은 양 손 가득 ‘DUTY FREE’ 라고 적힌 쇼핑백을 들고 나왔다.
이 기회를 이용해 국내 화장품 대기업들은 우르르 중국에 깃발을 꽂았다. 현지에서 매장을 늘리고 중국을 타겟팅한 브랜드 강화에 집중했다. ‘한방’, ‘쑥’ 등 한국 원료를 강조하고,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연예인을 모델로 내걸고 프리미엄 기초 화장품 라인을 확대했다.
브랜딩은 효과적이었다. 당시 ‘한국’ 화장품은 이름표만으로도 팔릴 만큼 힘이 셌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2015년 10월 ‘요우커 만족도’ 화장품 부문 1위, 2016년 7월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의 명품’ 한방화장품 부문 1위에 선정됐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중국 법인 매출로만 1조909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와 더불어 중국에서 확산한 자국중심소비, 한한령 등으로 인해 뷰티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이후 코로나 19까지 더해져 화장품 회사의 실적은 맥없이 무너졌다.
얼어붙은 뷰티업계를 되살린 것은 인디 브랜드다. 2세대 K-뷰티가 다시 흥행 파도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조선미녀, 티르티르, 달바, 홀리카홀리카 등 중소 브랜드는 중국이 아닌 미국, 일본, 유럽, 중동 등에서 눈길을 받으며 한국 화장품 시장에 숨을 불어 넣었다.
K-뷰티가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 오면서, 입소문을 타는 방법도 달라졌다. 소비자가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사용 후기 영상을 올린 것이 자연스럽게 마케팅 효과로 이어졌다. 전처럼 빅 모델을 내세워 광고비에 과도한 비용을 쏟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생산 방식도 바뀌었다. 브랜드를 중시했던 과거와 다르게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찾는 것이 훨씬 중요해진 요즘 세대에겐 브랜드는 큰 의미가 없다. 인지도가 낮아도 내 피부 타입과 퍼스널 컬러에 맞다면 주저 없이 구매한다. 이에 따라 화장품 기업도 다품종 소량생산을 선호하게 됐다.
2세대 K-뷰티가 ‘한철 장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화장품 사업이 한류 인기에만 의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가지에만 의존하면 부메랑을 맞기 쉽다. 우린 이미 중국 시장에서 쓴맛을 봤다.
K-뷰티가 산업의 대명사가 되기 위해서는 원료부터 기술력, 생산 공정, 이커머스 유통 채널 등 모든 과정이 단단하게 자리잡아야 한다. 이 과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정부 부처의 노력도 절실하다. 한국 화장품 수출 확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수출규제 대응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뷰티 시장을 이끄는 만큼 개발과 생산 지원에도 힘써야 한다.
2세대 K-뷰티가 산업 다지기를 시작했다. 이제 밀어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