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타고 음주 운전한 것으로 알려진 전동스쿠터 관련 보험상품은 현재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형 이동장치(PM)가 아닌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차도를 달려야 해 보험 가입이 필요한데도 관련 상품이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8개 손해보험사(현대‧삼성‧DB‧KB‧메리츠‧롯데‧한화‧하나) 고객센터와 대리점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슈가의 전동스쿠터로 알려진 XQ-1 제품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은 없었다. XQ-1은 킥보드에 안장을 단 형태의 전동스쿠터로 최대시속이 30km에 달한다.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최고정격출력 11kw 이하의 이륜자동차)에 속한다.8개 가운데 6개 회사 상담사는 최대시속 30~40km대의 안장이 달린 킥보드 등 원동기장치자전거의 보험 가입을 문의하자 “관련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대신 이륜차보험 가입을 문의하자 자동차 보험이나 오토바이 보험은 있지만 어느 쪽에도 가입할 수 없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나머지 두 회사에서도 가입은 불가능했다. 한화손해보험과 현대해상 설계사는 “특약 등 제한이 있어 시속 25km를 넘겼을 때 작동이 불가능한 모델만 가입할 수 있다”고 답했다. 원동기장치자전거 가운데 차체 중량이 30kg 미만이고 최대속력이 시속 25km 미만인 개인형 이동장치 전용 보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용 킥보드가 대표적인 개인형 이동장치인데, 속력이 빠른 XQ-1은 속하지 않는다.
차도? 자전거도로? 제도 없으니 보험사도 난처
XQ-1은 자동차관리법상 이륜자동차로 분류된다. 이륜자동차는 1인이나 2인의 사람을 운송하기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의 자동차를 말한다. 2020년 대법원이 안장이 없는 전동킥보드도 이륜자동차로 본 판례가 있다.
같은 법에 따르면 최대시속이 25km를 넘긴 이륜자동차는 번호판 부착과 보험 가입이 의무다. 다만 모든 바퀴를 독립적으로 제동하는 제동장치가 없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를 제외한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차도로 주행해야 한다. 차도로 다니기 위해 번호판을 받으려면 차대번호와 보험등록증이 있어야 한다. 자동차관리법상 제동장치가 없는 이륜자동차도 도로교통법상으로는 가입할 보험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제동장치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은 없다. 한화손보 설계사는 “법률상으로 의무가입 대상이 맞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제도나 법이 미비해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규제가 정리되지 않아 상품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최대시속 25km 이하의 개인형 이동장치는 자전거도로로 다니지만, 최대시속 25km가 넘는 이륜자동차는 자전거도로로 갈 수도, 번호판 없이 차도로 갈 수도 없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러 온라인 쇼핑몰은 속도가 빠른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왕성하게 판매하고 있다. 최대시속 30km에서 60km로 XQ-1처럼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제품들이다. 대부분 해외 직구 등이기는 하지만 구매와 사용에 제한이 없다.
장기적으로는 킥보드 등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0년 결정에서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하려면 제조‧수입되는 전동킥보드가 일정 속도 이상으로 동작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도 킥보드 속도를 줄이려 한다. 지난달 행정안전부는 공용 킥보드의 최고속력을 시속 20km로 제한하고 효과가 확인되면 관련 법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