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금개혁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기초연금 인상이 포함될지 관심이다. 기초연금액이 인상되면 필요 재정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탓에, 수급 대상을 좁혀 저소득층에 핀셋 지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기초연금액이 올라가면 보험료를 내야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의 가입 유인을 저해할 수 있다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9일 국정브리핑을 열고 연금개혁 등 구상을 밝힐 계획이다.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자동 안정화 장치 도입 등 연금 제도의 구조개혁안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개혁안에 기초연금 인상도 들어갈지 이목이 쏠린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40만원 인상은 시점과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기초연금을 임기 내에 4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이번 정부 국정과제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3일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 세삼한 정책을 펼치겠다”면서 “노후 소득을 지원하는 기초연금을 임기 내 40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약 이행을 거듭 약속했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노후 소득보장제도의 하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2014년 7월 기초연금을 도입할 당시엔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했지만, 이후 금액이 늘어나 올해에는 단독 가구 기준 33만4810만원을 주고 있다.
문제는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 기초연금 수급자가 736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예산을 올해보다 1조6631억원 증가한 21조8646억원을 편성했다. 2014년 기초연금 투입 예산인 6조9000억원과 비교해 11년만에 3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가파른 고령화 속도에 물려 기초연금에 필요한 재정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복지부의 2023년 제1차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기초연금 소요 재정은 2030년 39조7000억원, 2040년 76조9000억원, 2050년 125조4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100% 세금으로 보전된다. 기초연금 예산 증가는 고스란히 국민 주머니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탓에 국민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좁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26일 국회토론회에서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현행 70%에서 중위소득 50% 이하로 줄여, 단계적으로 노인 30~40% 정도가 받게 축소해야 한다”며 “기초연금은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타겟팅을 강화해 재정 효율성이 높은 보충급여형 기초소득보장연금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기초연금액 인상이 국민연금 가입 동기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등으로 국민연금 수령액이 줄어들면,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저소득 지역가입자들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기초연금액이 오를수록 국민연금 가입 거부 의향이 더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 2020년 4월1~16일 국민연금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이 40만원까지 인상될 경우 전체 응답자의 33.4%가 국민연금 가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급여액을 떨어뜨리면서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높일 경우 국민연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예컨대 퇴직하는 50대 중엔 보험료 납부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민연금 급여액을 줄이는 데다 기초연금 수급 대상까지 좁히면 노후보장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주 교수는 “현재도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에 못 미치는 사람이 3명 중 2명”이라면서 “국민연금도 충분하지 않은데, 기초연금까지 받지 못하게 되면 노인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