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팝 시장에 버추얼 아이돌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그룹 플레이브를 기점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나이비스가 오는 9월 데뷔하고 카카오 산하 버추얼 휴먼 제작사 온마인드도 버추얼 아티스트 사업에 뛰어드는 등 시장이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29일 가요계에 따르면 온마인드는 전날 새로운 5인조 버추얼 그룹 이오닛의 데뷔 싱글 앨범 ‘루모스’를 선보였다. 이들은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모델링을 거쳐 탄생했다.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통해 현실에서의 움직임에 가상 이미지를 덧씌우는 방식이다. 언뜻 보면 플레이브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기술을 사용해 움직임이 미묘하게 다르다.
플레이브와 이오닛이 실제 인간을 버추얼로 끌고 온 형태라면, SM엔터테인먼트가 올가을 데뷔시키는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는 완전한 가상인간이다. 움직임과 목소리 모두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들었다. 지난 6월 에스파가 연 단독 공연에서 스크린을 통해 퍼포먼스를 선뵈기도 했다. 에스파와 세계관을 공유하며 결속력을 높였다. 플랫폼과 콘텐츠, 미디어에 맞춰 2D와 3D를 유연하게 오가는 게 특징이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음악은 물론 웹툰, 게임, 각종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MD 등을 통해 IP 유니버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자회사인 인공지능 오디오 기술 기업 수퍼톤을 통해 4인조 버추얼 그룹 신디에잇을 선보였다. 나이비스가 2D, 3D를 오간다면 신디에잇은 2D 애니메이션에 가깝다. 목소리를 기반으로 구현한 가상세계에서 진정한 목소리를 찾는다는 세계관다. 하이브는 이외에도 하이브 재팬이 플레이브 소속사 블래스트와 협약을 맺어 이들의 일본 진출을 돕는 등 버추얼 시장에 다양하게 진출하고 있다.
현재 버추얼 아이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건 플레이브다. 이들은 비주류로 통하던 버추얼 아이돌 장르를 주류 시장에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다. 버추얼 아이돌 중 처음으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최단기간(494일) 누적 10억 스트리밍을 달성했다. 플레이브의 성과로 시장성이 입중되자 IT 기업도 연달아 버추얼 가수로 K팝에 발 들였다. 카카오 계열 온마인드(이오닛)와 넷마블 계열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메이브)가 대표적이다.
버추얼 아이돌은 실존 아이돌보다 리스크 및 관리가 용이하고 시공간 제약이 적다는 점에서 각광받는다. 외형이 변하지 않는 데다, 어디서든 어떤 착장으로든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버추얼 아이돌 제작사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버추얼 아이돌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새 트렌드를 이끄는 엔진 역할”이라고 평하며 “비즈니스 기반이 안정적으로 마련되면 콘텐츠 다양성과 3D 그래픽 기술력도 발전해 다양한 개성과 방향성을 가진 버추얼 시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대중의 저항심리를 넘어서는 게 과제다. 플레이브를 제외하곤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팀이 없어서다. 대중성을 얻어 주류문화로 올라서기 위한 무기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기술만 내세우면 대중은 반응하지 않는다”면서 “팬덤과의 유대감이나 확실한 성장 서사, 뛰어난 실력 등 기존 아티스트가 가져야 할 요소들이 버추얼 아이돌에게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