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제품 전 주기 탄소규제 강화”…한국 산업계 표준화 시급

“EU, 제품 전 주기 탄소규제 강화”…한국 산업계 표준화 시급

- EU 제품 전 주기 탄소규제 ‘에코디자인’ 지난달 발효
- 탄소배출량부터 재생원료 함량까지…“복합 접근, 표준화 필요”
- 산업별 밸류체인 데이터 모아줄 ‘데이터 플랫폼’ 필요

기사승인 2024-08-30 06:00:07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29일 ‘EU 탄소규제 대응 표준화 추진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탄소규제 동향 및 표준화 추진계획 수립 과정을 점검했다. 세미나 발표자 및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재민 기자 

에코디자인·배터리 규제 등 제품 생애 전 주기를 대상으로 한 EU(유럽연합)의 탄소규제가 글로벌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이 대응할 ‘표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29일 ‘EU 탄소규제 대응 표준화 추진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탄소규제 동향 및 표준화 추진계획 수립 과정을 점검했다.

EU는 2019년 신정부 출범 이후 신성장 전략으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zero(제로)를 달성하는 ‘넷제로’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기후·에너지·산업·농업 등 각 분야에서 50여 개 주요 행동 계획을 제시하며 글로벌 탄소규제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최근 발효돼 당장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 예정인 배터리 규제 및 에코디자인 규제(ESPR)는 제품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전체 탄소배출량을 산정하고 이를 공개하는, 제품 전(全) 주기에 걸친 탄소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코발트, 리튬 등 주요 금속별 재생원료 사용 및 함량평가를 의무화하고 제품별 내구성, 수리용이성 등 자원효율성을 평가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정준 서울대학교 겸임교수는 “ESPR의 핵심은 제품의 생애주기 정보가 탑재된 이른바 디지털제품여권(DPP)을 의무화하는 것”이라며 “전기·전자, 배터리, 섬유, 플라스틱 등 기존 명시된 산업군을 시작으로 전 산업으로 확대될 것이며, 향후 8~9개월 이내에 상세한 제품군까지 발표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결국 어떤 데이터들을, 어떤 기술로 모아 저장하고 접근할 것인지에 관한 표준화가 필요한 것인데, 전 세계에 통용되기 위한 상호 운용성이 보장돼야 하며, 전(全) 공급체인에 걸쳐 데이터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이 필요하다”면서 “자동차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의 흐름을 표준화한 독일의 데이터 플랫폼 ‘Catena-X’가 그 예”라고 덧붙였다.

이미 2021년부터 자동차 산업 데이터 플랫폼 설립을 위한 절차를 밟아온 독일은 Catena-X에 투입한 약 1500억원의 자금 중 정부가 45%를 지원한 뒤 이후 민관으로 이관해 운영, 글로벌 자동차 산업 데이터 플랫폼의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이정준 서울대학교 겸임교수가 EU 배터리 및 에코디자인 규제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재민 기자 

‘해외기술규제 및 대응 정책’에 대해 발표한 배종수 국표원 기술규제정책과 연구관은 “지난해 WTO(세계무역기구)에 통보된 해외기술규제는 4068건으로 역대 최대이며, 최근 5년간 무역기술장벽(TBT) 통보는 연평균 11%씩 상승했다”면서 “식의약품, 농수산품 등 전 산업에 걸친 TBT 문제는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해 3년 전 TBT종합지원센터를 출범해 종합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 중견중소업계에도 도움을 드릴 수 있으니 국표원에 문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종민 산업부 산업환경과 사무관은 “체계적인 적시 대응을 위해 ‘산업 공급망 탄소중립 전략’을 제시하는 한편, 지난달 ‘산업 공급망 탄소중립 얼라이언스’를 출범해 데이터 통로 역할을 해줄 ‘산업별 공급망 (탄소)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세부적으로 업종별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해외규제 대응체계 고도화 및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정부 사업을 정리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U 배터리 및 에코디자인 규제 대응 표준화 추진 계획’에 대해 발표한 윤남식 국표원 표준정책과 사무관은 “최근 배터리·에코디자인 규제는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등에서 요구하는 탄소배출량 저감뿐만 아니라 DPP, 탄소발자국, 자원효율성, 재생원료 함량, 공급망 실사 등 복합적인 요구사항이 얽혀 있는 규제이므로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각 규제 요구사항별로 필요한 표준화 과제들을 발굴해 이를 국제표준 또는 국가표준으로 제정하거나, 제정된 국제표준을 국가표준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제표준 25종, 국가표준 30종이 제정(고유 국가표준 9종 제정·국제표준 도입 21종) 절차에 있다.

오광해 국표원 표준정책국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향후 개발된 표준화 정책들은 우리 수출기업들이 글로벌 탄소규제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탄소규제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표준화 추진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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