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들 필요 따윈 없지 ♩ 필요한 건 오로지 패기와 객기…♪” 우렁찬 목소리가 케이스포돔(KSPO DOME)을 뒤흔들었다. 객석의 붉은 물결이 요동치자 무대 위 여덟 남성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뛰놀았다. 무대를 씹어 먹겠다는 각오로 선 이들은 그룹 스트레이 키즈. 세 번째 월드 투어 ‘도미네이트’(dominATE) 서울 공연을 불태우며 새 챕터를 열었다.
5년 전 ‘디스트릭트 9 : 언록’으로 시작해 ‘매니악’(2022)을 거쳐 ‘도미네이트’까지, 스트레이 키즈는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이번엔 역대 공연 중 가장 큰 규모다. 첫 시작인 서울 공연은 지난 8월24일 시작해 이달 1일까지 4회에 걸쳐 열었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을 모조리 매진시킬 정도로 뛰어난 관객 동원력을 보여줬다. 꾸준히 확장하는 이들의 팬덤 규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트레이 키즈의 공연엔 말이 필요 없었다. 여덟 멤버의 솔로곡을 포함해 이들이 무대에서 부른 노래만 32곡. 화려한 미사여구나 장황한 설명보단 실력으로 150분을 빼곡하게 채웠다. 첫 곡부터 수십명의 댄서가 드넓은 무대를 가득 채운 것을 시작으로 문들을 잔뜩 설치해 객석을 ‘백도어’의 세계로 초대하더니 고풍스러운 조각상 구조물과 멋진 세단(‘칙칙붐’)까지 무대에 올렸다. 볼거리와 함께 공연 목록은 강렬한 힙합 리듬과 라틴, 서정적인 미디엄 템포곡까지 등 여러 분위기를 아울렀다. 눈과 귀가 즐거운 공연에 스테이(스트레이 키즈 팬덤명)의 ‘떼창’까지 이어지자 열기가 뜨거워진 건 당연지사. “무대를 맛있게 씹어 먹는”(승민) 스트레이 키즈와 “객석을 씹어 먹는”(리노) 스테이가 만나자 공연은 더욱더 활기를 띄었다.
공연 목록은 지난달 발매한 신보 ‘에이트’(ATE)와 지난해 발표한 정규앨범 ‘파이브스타’ 등 신곡들과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소셜 패스’에 더해 ‘마이 페이스’, ‘미로’ 등 꾸준히 사랑받는 과거 인기곡을 아울렀다. 멤버들은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차진 호흡에서는 수많은 공연 경험이 읽혔다. 어떤 비트에서도 멤버들은 여유롭게 무대를 활보했다. 솔로곡으로는 멤버들이 추구하는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록 스타로 변신한 한과 보컬 역량을 자랑한 리노 등 각양각색 무대 등이 돋보였다.
자신감 가득하던 공연은 후반으로 가며 더욱 불이 붙었다. ‘도미노’, ‘신메뉴’, ‘특’, ‘거미줄’, ‘매니악’, ‘케이스 143’ 등 타이틀곡과 후속곡을 몰아둬 흥을 더했다. “(케이스포) 돔이 뚫리는 것 아니냐”(리노)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레와 같은 함성이 끊이질 않았다. 멤버들은 “앨범 활동과 투어를 준비하며 스트레이 키즈의 새 챕터를 맞은 기분”(승민), “새 챕터를 연 만큼 오래오래 즐거운 추억을 만들자”(현진)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최근 재계약을 체결한 것을 언급하며 “마의 7년을 걱정할 필요 없단 말을 책임질 수 있어 기쁘다”(창빈)는 말도 꺼냈다. 리노와 창빈, 현진은 “우린 떠나는 게 아니”라며 “더 많은 나라에 스트레이 키즈 음악과 무대를 더 많이 알리고 올 테니 어디 가지 말고 꼭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스트레이 키즈의 어제와 오늘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이번 공연은 자체 최대 규모의 월드 투어로 이어진다. 1일 막 내린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멜버른, 시드니, 가오슝, 방콕, 자카르타 등에서 스타디움 무대에 오른다. 이외에도 일본 도쿄·오사카, 필리핀 마닐라, 마카오, 홍콩, 라틴 아메리카, 북미, 유럽 등지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