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예능 프로그램 절반 이상이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를 과다 노출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일 그린피스와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윤호영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TV도 용기내 - AI로 살펴본 예능 프로그램 내 일회용 플라스틱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19개 예능 프로그램 중 10개 프로그램에서 노출된 음료 용기의 80% 이상이 일회용 플라스틱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화면에서 플라스틱 컵과 유리컵, 종이컵, 세라믹 컵 등이 유사하게 노출되는 것을 언급하며 “방송에서 일회용기가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보고서는 일회용 음료 용기 사용 사례를 각각 △ 미션 수행을 위해 사용된 경우 △ 촬영 및 편집 과정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 노출과 관련한 방침이 없는 경우 △ 특정 브랜드 노출(PPL)을 위한 경우로 분류했다.
각 사례를 살펴보면, KBS2 ‘1박 2일’ 등은 예능 콘텐츠에서 미션 수행 등을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를 노출하는 유형으로 분류됐다. 전체 방송에서의 노출 비율은 낮으나 미션 수행 과정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다수 사용했다. 이외에도 SBS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 KBS2 ‘불후의 명곡’은 광고 목적 등으로 특정 브랜드가 적힌 일회용기를 장시간 노출했다.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가 대표적이다. 무인도에서 자급자족하는 콘셉트인 만큼 플라스틱 사용 사례가 적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팀은 “식사 장면 및 음료를 섭취하는 장면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스테인리스 컵 외에 일회용기 노출이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그린피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방송에 등장하는 음료 용기들을 학습, 노출 유형과 비율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음료 용기가 어느 위치에 자주 등장하는지 살핀 결과다. 연구 대상은 지상파 방송 3사 프로그램 중 시청률 100위 안에 들어가는 예능 프로그램 21개 총 562회차 영상이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이번 연구 결과로 미디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이 얼마나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미디어 업계는 대중들의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노출을 줄여 다회용기 사용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과 정부 역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정책과 시스템을 도입해 플라스틱 오염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