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나 금감원과 사전에 소통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4일 이 원장은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가 끝난 뒤 백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금감원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던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1년 앞당겨 내달 초 착수하기로 했다. 정기검사와 동시에 경영실태평가에도 착수한다.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받으면 우리금융의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1년 11월 종합검사 결과 2등급을 받았다.
이 원장은 가계대출과 관련해 질의응답을 진행하다 “최근에 보니 약간 오해가 있는 부분이 있어서 우리은행이라든가 우리금융과 관련해 설명을 드리는 게 나을 것 같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 원장은 지난 25일 우리금융지주·은행 현 경영진에 책임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 “현 경영진에 대해 좀 심각하게 보는 포인트는 그런 말도 안되는 문제들이 과거 회장 관련해 일어났고, 여기에 대응하는 방식이라던지 이런 걸 볼때 과연 발본색원 할 의지가 있었는지, 나눠먹기 문화 같은 것들이 상대적으로 팽배했던 것은 아닌지 봐야 했다”며 “잘못된 관계지향적인 운영을 통해 수익성, 건전성에 숨겨진 리스크를 줄 수 있어서 현 경영진의 책임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이사회라든지 주주들이 묻는게 맞는 것 같고 그것에 대한 판단은 이사회에서 할 일이지 저희 몫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 보험사 인수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 결정 과정에서 아쉬움이 있다면 금융사가 포트폴리오 확장을 하는 과정에서 어느정도 리스크가 수반된다”며 “저희(금감원)는 ‘인수 검토 중이다’ 이런 내용만 알았지 그런 조건으로 계약이 체결된 것은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 원장은 “보험사 인수가 영업 확장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보험사가 은행과 성격이 다른 만큼, 어떤 리스크가 없을지 걱정이 있었다“면서 “어차피 당국이 인허가를 하는 사안이니 만큼, 어떤 리스크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서 금융위나 금감원과 소통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하고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총 인수가액은 1조5493억원이다.
금감원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재무건전성과 운영리스크 등 리스크 관리 전반에 대해 살펴볼 방침이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는 2021년 말 이후 약 3년 만이다. 우리은행과 계열사 전반에서 발생한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고강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