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자체들이 앞 다퉈 미혼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이 같은 ‘관권 주선 미팅’을 두고 세대별로 찬반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지자체와 기성세대는 커플로 이어지는 비율 등을 홍보하려 열을 올리지만, 정책 대상자인 청년들은 ‘시대착오적’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5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성남시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7회 진행한 미혼남녀 미팅 주선 행사 ‘솔로몬의 선택’에서 남녀 330쌍 중 142쌍(43%)이 커플이 만들어졌다. 이달에는 이들 가운데 2호 부부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가시적인 성과에 지자체 미혼남녀 주선 사업은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추세다.
다만 관권 미팅 주선을 두고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반응이 엇갈렸다. 30대와 40대 미혼 자녀 둘을 둔 김모(64)씨는 “자녀들이 나이가 꽤 있어 결혼 상대 찾기가 어렵기에, 결혼만 할 수 있다면 해당 사업도 괜찮을 거 같다”고 털어놨다.
반면 정책 대상자인 청년들은 관권 주선 미팅을 두고 눈살을 찌푸렸다. 결혼에 목메는 풍토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6년차 직장인 장모(32)씨는 “결혼과 출산은 안 하는 이유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인데, 이를 ‘어디서 만날지 몰라서’라고 여겨 자리 만든 게 촌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연애해도 결혼하지 않고, 결혼해도 출산을 하지 않는 게 대부분 청년의 생각이자 시대정신”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는 ‘관권 주선 미팅’은 현세대가 처한 현실과 특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청년세대는 연애에 대한 남녀의 생각이 너무 다르고, 경제 사회적 불평등 등 기성세대가 누리고 있는 걸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평등 사회에 내던져진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자리를 마련했으니 만나서 결혼하고 애도 낳으라는 건 청년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 조사관은 또 “여성들은 경력 단절 및 임금차별에 시달리고, 아이를 낳는 순간 사회에서 배제돼 출산과 커리어 중 하나를 선택하는 삶을 강요받는다”며 “관권 미팅으로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이런 노동시장 차별 및 여성 폭력이 해결되는 건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얄팍한 이벤트성 대안을 찾아서 이목을 끌려고 하는 건지 정말 이 수준에서 저출생을 논의하자고 하는 건지 알 수 없다”며 “수백조의 재원을 투자하고도 저출생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