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영(40·가명)씨는 지난 4월 경기도 수원시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자궁근종 치료를 위해 하이푸 시술(고강도 초음파 집속술)을 받았다. 혹이 워낙 커서 하이푸가 아니었다면 자궁적출 수술을 받아야 했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둘째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도 있어 하이푸를 선택했다. 김씨는 시술 후 하루 정도 입원한 뒤 퇴원해 부작용 없이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실손보험금은 받지 못했다. 보험사가 부지급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의료자문 의사가 ‘입원시술은 필요 없었다’는 소견을 보험사에 전달했고, 보험사는 그 내용을 받아들였다.
하이푸 시술을 받고 실손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지급이 거부돼 보험사와 소송을 벌이는 환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의 의료자문 제도가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악용돼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짚었다. 기계적 의료자문이 아닌, 사례에 대한 명확한 판단과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DB손해보험에 하이푸 시술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지급이 보류되자 변호사를 선임했다. 현재 제3의 의료기관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그동안 자궁근종 치료에 들어간 금액은 1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하이푸 시술은 돋보기로 태양열을 모아 종이를 태우는 것처럼 인체에 무해한 고강도 초음파를 종양에 집중 조사해 괴사시키는 치료법으로, 자궁을 적출하는 수술 없이 근종을 제거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하이푸 시술 후 김씨의 건강 상태는 양호해졌지만 가정은 파탄이 났다. 주변에서 돈을 빌려 어렵게 치료를 했는데 보험금을 못 받게 되자 남편과의 불화가 극심해졌다. 김씨는 의료기관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변호사조차 낙관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해 절망에 빠졌다. 김씨는 “빈혈이 심해 자궁적출 수술을 받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하이푸를 택했다”라며 “현재 식당 일을 하며 힘들게 병원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푸 시술은 지난 2013년 정부가 신의료기술로 지정한 뒤 2015년부터 비급여 의료 행위로 인정받았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치료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는데, 2021년부터 보험업계의 압박이 거세졌다. 산부인과 학계에 따르면 하이푸가 실손보험 적용을 받으며 개원가를 중심으로 활용되자 보험사들은 의학적으로 분명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자궁근종 환자들의 보험금 청구를 거절했다. 또 보험사가 지정한 의료자문 의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는 식으로 환자의 시술을 막았다. 금융감독원은 2022년 4월 ‘보험사기 예방 모범 규준’을 개정하고, 보험사들에 실손보험금 누수 방지를 위해 보험금 심사 기준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한 환자들은 피해자 모임을 만들어 보험사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씨는 “시술 후 단 하루 입원했을 뿐인데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사전에 안내받은 내용도 없어 억울하다”라고 토로했다.
보험사 측은 부지급 결정이 최종 확정된 게 아니라며 의료기관 감정 결과를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금감원 모범 규준에 따라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가 없도록 고객의 동의를 받아 제3자 의료자문을 시행하고 있다”며 “현재 제3의 의료기관에서 동시 감정을 받고 있는 중으로 감정 결과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하이푸 시술 후 화상 유무나 대사기능 정상 여부 등을 관찰하기 위해서 대부분 입원치료가 이뤄지는 편이라며 보험사 의료자문의 타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정난희 트리니티여성의원 원장(대한하이푸연구회 총무이사)은 “하이푸 시술은 입원치료가 필요한 치료법에 속한다는 것이 산부인과계 학회의 견해”라며 “하이푸 치료 직후 급성기 통증, 출혈 같은 부작용 가능성도 높아 면밀한 관찰이 이뤄져야 하며 마취 이후 회복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의료진이 의료자문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다. 치료 경험이 없는 의사에게 자문을 구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라며 “하이푸 시술 집도의가 진료 지침을 준수하면서 치료를 했다면 환자에게 약속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보험사의 역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