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새출발기금의 규모가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늘어나면서 공급을 담당하는 정책금융 기관들의 재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생존위기를 지원하기 위해 내년부터 새출발기금 규모를 최소 40조원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새출발기금은 개인사업자 또는 소상공인(법인)이 보유한 금융권 대출에 대해 상환기간 연장 및 금리인하 등을 지원하며 채무상환이 어려울 경우 원금조정도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30조원의 예산으로 운영했지만 내년부터는 10조원을 늘려 ‘40조원+α’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처럼 새출발기금의 확대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자금난이 한결 더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늘어난 지원만큼 금융공기업들의 부담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부담이 크다. 캠코는 새출발기금 운영을 위해 공사채 발행을 매해 늘리고 있다. 캠코의 부채는 올해 10조 6652억원으로 전년(7조5005억원)보다 3조1647억원이나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불어난 부채에 따라 캠코가 감당해야 하는 이자비용만 올해 3000억원에 달한다.
부채가 늘어난 만큼 부채비율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새출발기금 개편 뒤 캠코의 부채비율은 매년 급증해 2026년 379%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개편 전 전망치(204%)보다 갑절 가까이 뛸 정도로 재무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의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새출발기금을 이용하는 소상공인들의 보증을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 소상공인들의 부실이 급격히 커지면서 대위변제율(대신 갚아주는 금액)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보의 대위변제액은 2022년 1조3599억원에서 지난해 2조2759억원으로 67.4%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캠코와 신보는 재무 개선을 위해 부동산 자산과 출자 지분 등을 일부 처분해 5년간 400억원가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어난 손실을 메우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신보와 캠코는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신보와 캠코는 ‘2024~2028년 중장기 재무 계획’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면서 2028년까지 총 3조4995억원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보는 소상공인 위탁보증의 대위변제 등에 2조527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캠코는 소상공인 채무 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사업을 이어가는 데 9720억원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캠코와 신보는 정부의 지원이 무리 없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새출발기금이 2022년 출범 당시 추가 예산을 정부가 지원하면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다”며 “올해 새출발기금을 확대 운용하기로 한 만큼 이에 맞춰 예산이 집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