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으로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울러 이전보다 좀 더 전향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겠단 의사도 내놨다.
이 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사업 모양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새로 제출할 증권신고서는 더 변경된 형태로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페이퍼 중심으로 소통했다면 우리가 가진 문제의식을 두산이나 대리인에게도 알리고, 소모적인 방식보다 좀 더 생산적인 방식으로 증권신고서 업무를 처리할 것”이라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신고서 업무가 마무리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해당 신고서에는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하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가 흡수합병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합병 비율과 관련해 주주들의 불만이 크게 일자 금감원이 제동을 건 셈이다. 당시 이 원장은 “두산의 정정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두산그룹은 사업구조 개편 차원에서 추진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계획안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 뒤, 두산밥캣을 상장 폐지하려던 계획도 사실상 무산됐다.
두산밥캣은 자율공시를 통해 “그동안 양사의 포괄적 주식교환 필요성 및 적절성과 관련한 주주 설득과 시장 소통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주 및 시장의 부정적 의견이 강한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합병 철회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를 기존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소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인적 분할하고, 이 분할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안은 그대로 추진한다. 이에 따라 관련 증권신고서를 다시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합병안에 대해 주주 손실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설법인이 보유하게 되는 두산밥캣 지분 46.1%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두산로보틱스에 합병됐다”면서 “주주입장에서는 향후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인 2만850원으로 상승한다고 해도 지난 9일 두산로보틱스 주가 6만3900원 기준으로 14.5% 손실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