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상공인 대상으로 융자 지원사업에 나섰지만, 경제 상황 악화로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정책자금 부실률이 10%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이후 긴급대출 프로그램이 다수 시행되며 자금 공급이 급증했지만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경제 회복이 더디면서 채무불이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소상공인 대상 융자 지원 사업의 부실률(3개월 이상 연체·기한이익 상실 금액)은 10.85%로 집계됐다. 정책 자금 총 대출잔액 약 7조 2000억원 중 7819억원이 부실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부실률은 2022년 3.14%에서 3배 이상 상승했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소상공인 정책 자금 부실률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상공인 융자 지원 사업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정부가 저리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소상공인의 재정 상황을 개선하고 고용 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에서 2015년부터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져 왔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경영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부는 긴급자금과 특별경영안정자금을 대규모로 신속히 투입해야 했다.
특히 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저신용 소상공인들이 전체 부실률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작년말 기준 저신용 소상공인 대상 융자 부실률은 19.76%로, 2022년 4.91%에서 4배 이상 급증했다. 이들의 부실금액은 1조 6734억원에 달하며, 긴급대출 프로그램인 희망대출과 1000만원 긴급대출의 부실률도 각각 16.66%, 31.01%에 이르는 등 높은 수준이다. 이는 저신용 소상공인들이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소상공인들이 실질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 맞다”며 “2023년에 부실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 기간 동안 대출된 자금의 원금 상환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소상공인들이 정부의 지원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폐업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저금리 융자는 결국 장사를 해서 갚아야 하는데, 장사가 잘 되어야 월세를 내고 이자와 원리금을 갚을 수 있다. 상환율이 떨어진다는 것(부실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폐업률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정부가 자영업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단기적 대책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부실률이 이처럼 급증할 경우 정부의 자금 공급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융자 지원금이 단기적으로는 경영 수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소상공인 대상의 새로운 지원 정책 등이 위축될 가능성도 높다. 부실이 지속되면 소상공인 창업과 사업 확장뿐 아니라 중소 상권 활성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신중한 재정 운용과 함께 지속가능한 경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부실채권의 회수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소상공인들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정책과 경제 회복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한규 의원은 “소상공인 대상 정책자금 부실률이 10%를 돌파한 것은 그만큼 소상공인분들의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인 것을 방증한다”며 “최근 티메프 사태로 인해 추가적인 정책자금 투입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중기부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관련기관들과 함께 부실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