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나는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료진 신상을 담은 ‘의료계 블랙리스트’ 작성·유포한 사직의가 구속됐다. 이를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전공의 탄압이라고 유감을 표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2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 정모씨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20일 구속됐다. 정씨는 지난 7월 전공의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의 신상 정보를 담은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텔레그램과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여러차례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의정 갈등 이후 블랙리스트 관련 첫 구속 사례가 나오자 의료계 일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참담함을 금치 못하겠다”며 “정부가 독재 정권처럼 공안 정국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실정 때문에 사지에 몰린 개인의 행위를 두고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전공의들에게 전가하는 정부 형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6개월여에 걸쳐 공권력을 동원해 전공의 사직 금지, 의대생 휴학 금지 등 초법적 조치를 밀어붙였다”며 “잘잘못을 떠나 이에 대한 저항 수단으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전날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서 ‘전공의 구속 인권 유린 규탄’을 주제로 집회를 열었다.
전라북도의사회도 성명을 내고 “최근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사직 전공의의 구속을 강력히 규탄하며, 정부의 의료계 탄압 중단과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구속은 법률이 정한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전날 구속된 사진 전공의를 면회한 뒤 취재진과 만나 “구속된 전공의와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입은 분들 모두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며 “철창 안에 있는 전공의나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당한 전공의 그 누구라도 돕겠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이후 근무 중인 의사들의 명단을 악의적으로 공개되는 일이 발생하자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 10일까지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건 총 42건을 수사해 3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