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항마’ 유승민 “소통하는 대한체육회장 되겠다” [쿠키인터뷰]

‘이기흥 대항마’ 유승민 “소통하는 대한체육회장 되겠다” [쿠키인터뷰]

탁구협회 성공 이끈 뒤 대한체육회장 도전…이기흥 회장과 맞대결
밤 12시 후 와이파이 금지·해병대 캠프?…“소통 안 된 결과”
“체육 발전에 누가 적합한지 판단해달라”

기사승인 2024-09-30 06:00:07
26일 서울 서초구 RSM스포츠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 사진=유희태 기자

“항상 불리했었어요. 탁구 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유리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불리하다고 포기할 수 없잖아요. 어렵기 때문에 도전하는 겁니다.”

쿠키뉴스는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RSM스포츠에서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42) 전 대한탁구협회장을 만나 그의 체육 비전과 출마 각오를 들어봤다.

“IOC 선수 위원 때 배운 것, 협회 운영에 적용했어요”

2019년 보궐선거에 당선돼 탁구협회장에 오른 유 전 회장은 연임을 통해 총 5년간 한국 탁구를 이끌었다. 유 전 회장 지휘하에 한국 탁구는 크게 발전했다. 유 전 회장은 2024년 부산 세계탁구선수권 대회를 안정적으로 개최하면서 침체된 한국 탁구를 부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협회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을 받은 선수들은 2016년 리우, 2021년 도쿄 때 노메달 수모를 딛고 지난 파리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 쾌거를 이뤘다.

유 전 회장은 “스스로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최선을 다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면서 다시금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요즘은 경기력만으로 선수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대회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땀의 가치가 국민들에게 좋게 다가간 것 같다. 외적인 모습도 굉장히 성숙했다”고 파리 대회 성과를 평가했다.

이어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국제대회를 개최한다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개최함으로써 국내 탁구인들 사이에 대회 경험이 생겼다. 앞으로 어떤 대회를 유치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 한국 탁구가 부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라며 “지금은 잠시 멈춰있는 프로탁구리그도 두 번 개최했다. 시작을 한 번 했기에 또 도전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에 선수들, 지도자들 모두 만족스러웠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파리올림픽에서 유 전 회장은 ‘발로 뛰는’ 리더십을 선보였다. 신유빈의 연습 파트너로 자청한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유 전 회장은 파리 폭염 더위를 호소한 선수들을 위해 이동 버스에 에어컨을 설치함과 동시에, 숙소를 별도로 마련해 선수들이 최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유 전 회장의 지원 아래 선수들은 동메달 2개로 화답했다. 

“역할을 조금 했을 뿐”이라고 공을 돌린 유 전 회장은 “지도자와 선수들 사이 소통도 워낙 잘됐다. 협회 직원들도 고생했다. 모든 게 어우러지면서 좋은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회장과 임원진은 선수, 지도자를 돕는 역할이다. 협회가 잘해서 성적이 좋았다기보다 선수들이 잘해줬다. 다만 선수들이 ‘유승민 선배가 회장이 됐더니 조금이라도 편하다’ 한다면 잘한 것 아니겠나”라고 미소 지었다.

쿠키뉴스에서 대한체육회장에 도전하는 유승민 전 탁구협회장을 만났다.

26일 서울 서초구 RSM스포츠에서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유 전 회장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2016년부터 수행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직도 내려놨다. 그는 “선수들 목소리를 반영하는 법, 국제 단체·조직위원회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등을 배웠다. 또 IOC가 어떤 거버넌스로 운영되는지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이 알게 됐다”며 “탁구협회를 운영하면서 IOC 사례를 적용하려고 했다. 어떻게 보면 IOC가 (체육계에서) 선진 사회, 민주적인 사회”라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유 전 회장은 “예를 들어 선수들 사이에서 큰 논의 사항이 있다 치자. 정치적인 표현, 마케팅 권리 등이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장시간에 걸친 설문, 논쟁, 컨설팅을 통해 해결하더라. 선수들의 설문 데이터 등이 있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많이 없다”며 “탁구협회 이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항상 의견을 여쭙는다. 나 혼자 결정하는 건 없다. 협회 운영에 있어 소통을 중요시했다”고 설명했다.

체육계 논란 바라본 유승민 “결국은 소통 문제”

최근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협회와 선수 사이의 소통이 전혀 되지 않은 예시 중 하나다. 유 전 회장은 “선수, 선수 부모님, 지도자, 생활체육 등 다양하게 소통해야 한다. 현장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며 “선수가 요청한다고 다 들어줄 수 없다. 연맹, 협회마다 규정이 있다. 나쁜 관습은 당연히 없애야 하지만, 좋은 관습은 남아도 된다. (소통을 통해) 밸런스를 잘 맞춰주는 게 체육회의 역할”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해병대 캠프, 밤 12시 이후 와이파이 차단 등 선수들의 환경 조성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구시대적인 통제를 일삼았다. 유 전 회장은 “와이파이 차단한다고 선수들이 인터넷을 안 쓰겠나. ‘해당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선수촌 내에서 선수들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의도는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사전에 선수들 의견을 물어보는 절차가 필요하다. 결국에는 사전 소통이 되지 않은 것”이라 지적했다.

유 전 회장은 3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현 체육회장의 대항마로 꼽힌다. 이기흥 회장 취임 후 체육회 임원 연임 비율은 급증했다. 유 전 회장이 당선되기 위해서는 공고한 ‘이기흥 체제’를 뚫어야 하는 셈이다. 유 전 회장은 “이제는 체육인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 선택이 ‘수동적인 선택’이 아니었으면 한다. 체육 발전에 있어 누가 적합한지 능동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어야 변화가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투명하지 못한 행정을 보인 대한체육회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체육회가 투명하고 떳떳하다면 결과로 나올 것”이라던 유 전 회장은 “투명한 경영은 기본이다. 예전처럼 ‘눈 가리고 아웅’할 수 있는 행정은 없다. 특히 대한체육회와 같이, 막대한 예산이 반영된 단체일수록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서초구 RSM스포츠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 사진=유희태 기자

체육인 유승민의 진심 “지덕체에서 체육이 앞에 와야…체육을 풍성하게”


인터뷰 말미, 유 전 회장은 자신이 가진 체육에 대한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그는 “전체적인 체육 및 체육인 인식 개선과 어린 아이들이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급선무다.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가면 갈수록 환경은 더 열악해진다. 그런 부분을 체육인들이 해결해야 한다”며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면 생활체육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제대회 성적을 내면) 탁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렇게 계속 노출이 되다 보면 생활체육 인구도 늘어난다.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체육이 지덕체(智德體) 중 앞에 왔으면 좋겠다. 태어나면서 신체 활동을 하지 않나. 그게 체육”이라며 “체육이 교육의 하나로 인식돼야 한다. 규칙 안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을 배울 수 있다. 체육의 가치를 증폭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체육인들의 자존심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유 전 회장은 “에너지 넘치는, 능동적인, 소통되는 대한체육회장이 되고 싶다. 젊어서 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이미 경험을 충분히 할 만큼 했다. 오히려 젊기 때문에 더 부지런하게 다닐 수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빠르게 대처할 수도 있다. 중간 세대이기에 아래위 소통도 원활하다. 장점을 활용해 한국 체육계를 끌어가고 싶다”면서 “체육계 대표자가 돼 권위를 누리는 게 아닌, 체육인들의 보호막이 되겠다. 아울러 체육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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