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금융지주가 은행장을 비롯해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대표들의 본격적인 승계 작업을 시작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이날 각각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대추위)와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었다.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 승계 절차를 시작하도록 한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예년보다 한 달 정도 빨리 후속 인사 절차가 시작됐다.
KB금융의 경우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이홍구·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 김명원 KB데이터시스템 대표이사 등 5개 계열사 대표가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이미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이재근 국민은행장이 한 번 더 임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금융은 이날 1차 자추위를 열고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이종근 우리자산신탁 대표, 최동수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대표, 이중호 우리신용정보 대표, 김정록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등 우리금융 계열사 7곳의 CEO 연임 여부를 논의한다. 잇따른 금융사고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부당대출 사건 등으로 책임론이 불거진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신한금융그룹은 정상혁 신한은행장,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등 14개 계열사 중 12곳의 대표가 인사 대상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10일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소집해 계열사 대표 승계 준비를 시작했다. 자경위는 개정된 경영승계계획에 따라 ‘자회사 대표이사 승계후보군(롱리스트)’을 선정했고, 향후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을 위한 심의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금융사고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데다, 책무구조도를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당국에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에서도 합격점이라 무난히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역시 이달 중 은행 임원 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고 은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연임이 점쳐진다. 이 행장은 취임한 첫해인 지난해 3조4766억원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올려 리딩뱅크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한 규모다.
농협금융지주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함께 개시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회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올해 말 임기가 끝난다. 이석용 농협은행장 연임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달 농협은행 영업점에서는 100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에 연루된 직원은 회사 내부 감사가 시작되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에서 올해 들어 발생한 네 번째 금융사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