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한 달만에 다시 대출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격차를 뜻하는 예대금리차는 넉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대출금리 인상 릴레이 재개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달 2일부터 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와 연립‧다세대 주택‧오피스텔 담보대출 금리를 0.1~0.2%p 올린다. 전세대출 금리도 0.2%p 인상한다. 신한은행은 내달 4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p 올리고,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보증기관에 따라 최대 0.45%p 상향한다.
앞서 IBK기업은행도 다음 달 2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3~0.55%p, 전세대출 금리는 0.3%p 올리겠다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신용대출에 적용되는 우대금리를 0.1~0.3%p 축소했다.
“수요 부추긴다” 대출모집인 막고…심사도 강화
대출금리 인상뿐만 아니다. 은행들은 대출모집인 접수 중단 및 대출심사 강화 등의 다양한 조치를 추가로 내놓고 있다. 대출 모집인은 은행과 계약을 체결하고 대출 신청 상담, 신청서 접수와 전달 등 은행이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 모집 법인과 대출 상담사를 말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영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이들 은행이 신규 취급한 주담대 잔액 중 약 50%가 대출 모집인을 통해 이뤄졌다. 이에 대출모집인이 주택가격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한은행은 27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집단잔금대출의 대출모집인 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10일 수도권에서 모집인 대출 중단 조치는 취했는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또 같은날부터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 시 본부에서 심사를 진행하는 등 프로세스를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내달 중순부터 아예 연말까지 전국에서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와 전세대출, 입주자금대출 등을 중단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거래 중인 대출모집법인의 이달과 다음 달 월별 대출 한도가 소진됨에 따라 내달 말까지 모집인을 통한 대출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5대 은행 중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만 현재 모집인을 통한 대출이 가능하다.
어쩔 수 없다지만…예대금리차는 커져
한 달만에 은행권에서 다시 대출금리 인상에 나선 건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에 이어 연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전반적인 주택 매수 심리와 대출 수요가 커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조금이라도 낮으면 대출수요가 순식간에 쏠리게 된다. 대출 총량 관리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계속 타은행 금리 상황 등을 살피며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대출 상품을 비교해주던 대출상담사 도움을 받기 어려워진데다, 대출금리 인상 릴레이가 다시 시작되는게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5대 은행은 지난 7월부터 8월 말까지 22회 대출금리를 끌어올린 바 있다. 특히 하반기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들은 은행에 대출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등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대출금리는 뛰어올랐지만 시장금리 하락으로 정기예금 등 수신상품 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 예대마진은 더 커졌다. 전날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신규 취급 기준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 예대금리차는 평균 0.57%p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0.434%p에서 확대된 것이다. 지난 5월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던 5대 은행의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가 넉 달 만에 다시 벌어졌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면서도, 연준 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금융시장 현안 점검 회의에서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도래했을 때 부동산에 유동성이 과잉 공급돼 부채 증가,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9월 대출 증가 현황과 은행별 자율 관리 성과를 분석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면 신속히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