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불법체류 부추겨...국내법 적용 예외 대상” [쿠키인터뷰]

“외국인 가사관리사, 불법체류 부추겨...국내법 적용 예외 대상” [쿠키인터뷰]

임동진 한국이민정책학회 회장(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외국인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미적용 국가는 왜?

기사승인 2024-09-28 06:00:09
임동진 한국이민정책학회 회장(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추석 연휴에 숙소를 나간 뒤 연락이 끊긴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이 복귀시한까지 돌아오지 않아 불법체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노동계에선 “최저임금을 지급해도 이탈자가 발생하는데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게 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노동계의 주장처럼 외국인 가사관리사 임금을 조정하면, ’고비용‘ 문제가 뒤따른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현재 임금 문제에 대한 건(불만) 없었습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를 지나치게 홍콩, 대만 등과 비교만 하는데, 다양한 국가가 각자의 실정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임동진 한국이민정책학회 회장(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은 27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임 회장은 “홍콩과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특정한 노동 이주 제도 하에 고용돼 있다”며 “현지 노동 시장과는 별도로 운영되며 외국인 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한 별도의 규정과 임금 구조로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고용 조건은 현지 근로자와 다르게 구성돼 있으며, 특히 중산층 및 고소득 가정의 가사 도움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은 국가 실정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홍콩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임금(시간당 임금)은 2.43달러(한화 3205원)이다. 일반 근로자의 시간당 최저임금(5.20달러, 한화 6858원)의 절반(46.8%) 수준이다. 싱가포르, 대만 등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임금도 현지 일반 근로자 최저임금의 22.1~31.1%, 64.3~75.5% 수준이다. 말레이시아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도 일반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비해 대체로 낮다.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임금과 일반 근로자 최저임금 수준이 같다. 

임 회장은 “홍콩과 싱가포르 등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이유에는 역사적, 법적, 경제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며 “특히 가사 노동은 개인 가정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표준 노동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복잡할 수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주로 고용주의 집에서 생활하며 정해진 근무 시간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현지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탈리아의 경우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부족한 일부 지역은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임금 수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지난달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사진=박효상 기자

저임금 문제와 이탈 문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국이 겪는 공통점이다. 임 회장은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자국의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많은 국가가 이들의 고용 조건을 특별 계약, 파견국과의 양자 협정, 가사 노동에 대한 별도의 법적 틀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며 “숙소와 식사 등 혜택이 제공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저임금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제시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같은 환경은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착취에 취약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국제노동기구(ILO)와 인권단체들은 이들 노동자에게 더 나은 보호와 공정한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임 회장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탈은) 해외도 마찬가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부 업종에서) 근로자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인력이 부족하니 (제조업, 서비스업 등 가사 관리보다 높은 임금을 주는 업종) 불법체류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제공하는 국가는 이를 통한 경제적 효과가 크다”며 “이미 불법체류 기획한 사람을 막을 순 없다. 어느 나라든 불법 체류자가 5~10% 정도 항상 존재한다. 그렇다고 억압적으로 붙잡을 순 없다. 인력 관리 업체를 선정할 때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탈이 발생하게 되면 해당 국가에 인력 파견을 제한하거나 다른 국가로 변경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통해 경험한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국내법 실정에 맞게 고민한다면 장기적으론 돌봄 분야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임 회장은 기대했다. 

임 회장은 “고령인구가 급증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유학생으로 구성된 보건 인력을 육성해 돌봄 등의 업무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인력을 육성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단기적으론 당장 돌봄 인력, 가사관리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윈-윈 관계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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