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부자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② [곽인옥 교수의 평양 시장경제 리포트]

평양 부자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② [곽인옥 교수의 평양 시장경제 리포트]

기사승인 2024-09-30 14:12:35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처참한 상황에 처했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주민들은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북한에 자생적인 시장 경제가 싹트기 시작했다. 장마당과 상점, 고급 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돈을 굴리는 돈주(錢主)는 부를 축적하고, 새로운 형태의 뇌물 구조가 뿌리내렸다. 국제사회의 엄격한 경제제재를 받는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사회주의 사상도 계획 경제도 아니고, 자생적인 시장경제다. 그러나 대다수 북한 주민은 여전히 살벌한 독재 체제의 굴레와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필자는 북한의 심장으로 불리는 평양의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10년간 조사를 해왔다. 탈북자 100여명을 상대로 장기간 심층면접을 하고, 각종 자료 수집을 통해 평양의 시장경제 작동 시스템을 분석했다. 폐쇄적인 북한 내부를 자세히 연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북한의 통계자료와 탈북자들의 증언 역시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조사한 북한 사회와 경제의 현실을 공유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처한 현실과 고통을 함께 느끼고 새롭게 다가올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 연재한다.

북한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사회주의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 내부에는 독특한 경제 생태계가 존재한다. 이 생태계는 공식적인 국가 경제와는 별개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개인과 집단이 부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돈주(錢主)’라 불리는 비공식 금융업자들, 부동산 거래, 뇌물 문화, 밀수 활동, 운송업, 합의제 식당 그리고 무역회사가 이러한 부의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경로들은 북한 사회의 경제적 변화를 반영하며, 주민들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글에서는 북한에서 부가 어떻게 창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러한 경로들이 북한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밀수]

북한의 밀수는 역사가 깊은데 특히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외국에서 밀수하는 사례가 과거부터 존재했다. 최근 북한이 최대 270만 배럴의 석유를 밀수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주요 7개국과 한국, 유럽연합에 의해 문제로 제기됐다. 북한과 중국 간의 밀수는 과거 암묵적으로 묵인됐으나 최근 중국의 태도가 변하면서 이례적인 수색이 진행됐다. 이런 변화는 북·중 국경 지역에서의 밀수와 탈북을 사전 차단하려는 중국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 내에서는 밀수가 예전처럼 광범위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여전히 제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밀수 활동은 북한의 경제와 정치적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과 중국 간에는 민간 차원에서 북·중 변강무역은 매우 오랫동안 이루어진 밀수무역이다. 단둥 및 서해안에서는 변강무역선 1000척이 저녁에 밀수 무역을 가담하고 있다. 또한 혜산, 무산, 회령의 국경선에서 밀수 무역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북한 혜산은 밀무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두만강 주변의 단층집은 주로 밀무역을 해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국경경비대의 보호 속에서 건너편 장백현의 조선족들과 무역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민반장, 담당 보안원, 담당 보위원에게 지속적으로 뇌물을 주면서 관리를 해야 한다. 


[운송업]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철도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있었지만 전기 사정이 나빠지면서 기차가 지연·연착되면서 도로교통이 발달하게 되었다. 도로교통은 주로 평양과 평성을 중심으로 사람과 물품을 각 지방으로 이동시킨다. 평양 시외버스 터미널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동평양 시외버스 터미널로 락랑구역 토성시장에 위치해 있는데 사리원(4대), 해주(4대), 개성(4대), 함흥(4대), 원산(10대), 혜산(2대), 청진(2대)으로 버스가 운행된다. 또 다른 하나인 서평양 시외버스 터미널은 서성구역 연못동, 3대혁명전시관 앞에서 평성(30대), 남포(10대), 신안주(4대), 신의주(4대)로 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이러한 버스는 국가 버스사업소 명의를 빌려 사실은 각 돈주들이 버스 한 대씩을 투자하여 운행하고 있어서 버스의 운행이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진 셈이다. 


연운회사는 북한의 주요 수송회사로 대외 경제성 산하에 위치해 있다. 이 회사는 평양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북한 내 물류 수송의 50~60%를 담당한다. 연운회사는 1948년에 설립돼 북한의 내수 물류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와의 수출입 교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연운회사는 약 700~800대 트럭을 보유하고 있는데 주로 일본과 중국에서 중고로 수입한 차량을 이용한다. 이 회사는 북한의 대표적인 무역회사들과 협력해 중국의 단둥까지 화물을 운송하며 국경 무역도 수행한다. 연운회사의 물류 운송은 개인 돈주들의 물품이 80%를 차지하는데 이는 북한의 시장경제 활성화를 반영한다. 연운회사는 북한의 경제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중 무역 감소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제식당]

북한의 ‘합의제 식당’은 시장 경제적 요소가 도입된 식당 운영 방식으로 북한의 경제 운영 변화의 시발점으로 여겨진다. 이 식당들은 운영자와 손님 간의 가격 합의, 국가 기업과 자율적 식당 소유자 간의 이윤 배분율 합의, 그리고 식당 주인과 음식 또는 원자재 공급자 간의 가격 합의 등을 통해 운영된다. 합의제 식당의 도입은 국영 식당과 대형 식당들이 문을 닫거나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도 시장 가격으로 자재를 구입하고 음식을 판매해 호황을 누릴 수 있게 했다. 특히 단고기 식당, 불고기 식당, 오리고기 집 등이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런 변화는 북한의 경제 구조에 중요한 변화를 불러왔으며 자율 경영권이 확대되는 새로운 경제 조치와 함께 북한의 시장 경제적 요소를 강화하는데 기여했다.


위 그림은 평양시 중구역에 있는 합의제식당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합의제식당은 국영식당과 달리 00기업소의 소속이지만 개인 돈주가 자본을 투자하여 운영하고 일부를 기업소에 세금으로 내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식당을 말한다. 평양시 중구역이 가장 잘 사는 구역이고, 무역회사 소속의 신흥자본가와 국가기관 간부들이 단골손님으로 합의제식당이 가장 많은 곳으로 300여개로 추정된다.

위 표는 평양시 중구역에 있는 합의제식당(2016년기준)의 판매 품목과 가격(달러)을 알 수 있다. 이 식당은 200평 규모로 요리사는 7명, 접대원은 3명으로 총 10명의 종업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요리사의 맛을 내는 음식이고, 접대원의 미모가 수입과 집결되기 때문에 두 가지가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접대원은 미모가 뛰어나고 키가 165㎝ 이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잘 차려입은 대외 봉사전문학교를 졸업한 20대 여성을 선호한다. 요리가 나오는 순서는 술이 먼저 나오고, 냉 요리, 온 요리, 식사류, 마지막으로 디저트로 샐러드가 나온다.

[무역회사]

북한 무역회사는 주로 내각의 각 성과 노동당 산하기관을 배경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대표부, 지사, 합작기업 등의 형태로 설립돼 무역대표부 형태로 많이 진출했다. 주요 해외 진출 업종은 건설, 요식업, 임산업, 봉제업 등이며, 중국, 러시아, 중동 지역에 주로 진출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북한 인력은 약 2~3만 명으로 추정된다. 북한 무역회사는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중국 기업과의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강화로 인해 정보 공유가 차단되면서 발생한 문제다. 또한 북한은 최근 중국에 더 많은 노동자를 파견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 북한은 국가유일무역제도를 복원하기 위해 무역회사와 산하 조직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시장경제 확대를 위한 조치로 보인다.


북한에서 무역회사의 종류 1급은 대기업에 해당되고, 2급은 중견기업, 3~5급은 중소기업에 해당된다. 1급 규모의 무역회사는 200~300개가 있으며, 90%가 중앙당 산하의 무역회사이다. 2급 규모의 무역회사는 1000개 정도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인민무력부, 인민보안성, 국가보위부, 내각 소속에 무역회사가 많다. 3급은 내각 시무역관리국소속으로 1000~2000개가 있으며, 4급은 내각 도급 단위 지방 소속으로 1000개로 추정된다. 5급은 개인자영업 형식으로 아직은 합법적인 것은 아니지만 개인회사로 2만개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중앙당은 그림에서 보듯이 특권 권력을 이용하여 문어발식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북한 송이버섯을 독점으로 수출을 하고 있다, 둘째, 평양시 봉제공장(25만명) 및 해외 봉제공장을 관리 감독한다. 셋째, 크라빈이라는 담배를 생산 및 판매에도 독점권을 가지고 있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크라빈 담배는 주로 선물용(뇌물)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중독성이 강하여 한 번 피운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고 한다. 넷째, 평양시 고려호텔, 양각도호텔과 대규모 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앙당 산하 무역회사로서 광물(금, 은, 구리, 광석, 희토류)을 독점하고 있다. 

북한에서 부(wealth)의 창출은 사회적 변화의 복합적인 현상

북한에서 부의 창출은 다양한 비공식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는 국가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주민들의 적응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돈주와 같은 비공식 금융업자들은 자본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있으며, 부동산 거래와 뇌물 문화는 사회적 지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밀수와 운송업은 외부 자원의 유입을 가능하게 하며, 합의제 식당과 무역회사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경제 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경로들은 북한 경제의 비공식적 측면을 형성하며,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결국, 북한에서 부의 창출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사회적 변화와 적응을 반영하는 복합적인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은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며, 향후 변화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곽인옥 교수
inokkwak@hanmail.net
곽인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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