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에 여자기사회에서 여자 프로기사만 독립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골프나 테니스처럼 아예 협회를 나와서 따로 하자는 말이 나왔고, 그게 서로를 위해 좋다는 얘기였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흐지부지됐다.”
‘바둑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욱 9단은 2일 자신의 채널 이현욱바둑TV 유튜브 라이브에서 현재 한국기원이 운영하고 있는 프로제도와 관련된 문제점을 짚었다.
이 9단은 “여자대회가 종합기전(남·여 모두 참가)보다 커질 수는 없다”면서 “그렇게 하면 난리가 난다. 한국기원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골프나 배구 등 다른 스포츠처럼 여자가 아예 독립을 한다면 어쩌면 여자대회가 더 커지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바둑은 그게 아니다. 바둑은 전체 대회가 있고 여자대회가 부록처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여자 바둑이 지금처럼 70명씩 된 적이 없었다”고 부연한 이 9단은 “바둑 자체는 원래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단대회를 하면 여자가 입단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자입단대회’가 따로 생겼고, 1990년대부터 따로 여자만 2명씩 프로로 뽑았다”고 말했다.
이 9단은 “당시에는 여자 기사들의 실력이 약하기 때문에 모든 대회에서 이기지 못했다. 차이가 많이 났다”면서 “초창기 여자바둑대회 우승 상금은 700만원~800만원 선이었고 프로대회로 보기에도 민망했다”고 부연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여자 프로기사 입단자는 1년에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고, 여자 바둑 인기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 9단은 “여자 프로 입단자를 2명에서 4명으로 늘릴 때 기존 여자 기사들의 반대가 심했다”면서 “최근에는 우승 상금 1억원짜리 여자 대회가 생기는 등 상금 규모거 커지고 대회도 늘어나면서 최정 9단이 남·여 통합 상금 랭킹 10위 안에 들어가고 있다. 김은지 9단도 올해 억대 수입을 넘겼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남자 바둑이 상대적으로 위축됐다는 점이다. 이 9단은 “여자 기사들만 출전 가능한 대회들이 계속 생겨나면서 남자 프로기사들이 이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 오히려 역차별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