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에 중소형 증권사들의 기대감이 한풀 꺾인 모양새다. 밸류업 지수 특례편입 조건인 조기공시를 완료한 DB금융투자가 시가총액 요건 미달로 미편입된 영향이다. 이해할 수 없단 시장 반응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밸류업 지수 편입에 금융업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발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상장종목 100개사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금융업권 종목은 △신한지주 △삼성화재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DB손해보험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현대해상 △키움증권 등 10개사로 확인됐다.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을 증권사로 한정하면 메리츠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키움증권 4개사다. 한국금융지주를 제외하면 모두 기업가치 제고방안 내용을 시장에 밝힌 밸류업 조기공시를 진행했다.
증권사들의 밸류업 지수 편입에 조기공시 특례편입 인센티브가 중요 요소로 작용한 것.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23일까지 밸류업 계획을 조기 공시한 기업에 대해 지수 특례편입(2년간 유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당시 이부연 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조기공시한 기업은 총 12개사다”라며 “이들 기업 가운데 7개 종목이 밸류업 지수에 편입됐다”고 말했다.
논란은 중소형 증권사인 DB금융투자가 조기공시를 진행했음에도 지수 특례편입 탈락에서 출발한다. DB금융투자는 지난 5일 중소형 증권사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는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달성 △주주환원율 40% 이상 유지 △업종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상회를 목표로 총주주수익률(TSR)을 제고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ROE의 경우 오는 2027년 말까지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또한 향후 3년간 별도재무제표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최소 40% 이상을 주주환원에 사용해 5% 이상 배당수익률과 자기주식 매입 진행할 예정이다. 주주환원율 40% 이상의 경우 DB금융투자의 최근 5년 평균치(27.6%)를 크게 상회한 목표치다. 이는 앞서 밸류업 조기공시를 진행한 키움증권(30%)과 미래에셋증권(35%) 보다 높은 수준이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현재 당사의 PBR이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이를 증권업종 평균 PBR 이상으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향후 증권업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다면 PBR 1배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DB금융투자는 지난달 10일 밸류업 계획의 일환으로 올해 연말까지 65만주(약 39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방침도 공시했다. 회사 차원의 자기주식 매입뿐만 아니라 책임 경영을 위한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우리사주조합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도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회사와 임직원, 그리고 주주 및 잠재투자자들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겠단 목적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DB금융투자가 밸류업 지수 편입에 실패한 원인은 시가총액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종목 선별 과정에서 △시장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5단계 스크리닝을 적용했다. DB금융투자는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합산 시가총액 400위 이내(시총 약 5000억원 이상)인 시장대표성 요건에서 배제됐다. 전날 종가 기준 DB금융투자의 시가총액은 2364억원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지침에 따라 자발적으로 밸류업 공시를 진행한 것에 따른 특례를 시총 요건이란 잣대를 세우면서 외면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단 평가를 내린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밸류업 대상은 사실상 모든 상장사이고, 중소형 증권사들도 대형사처럼 가급적 빨리 참여하면 좋겠다는 입장에서 갑자기 시총 규모를 따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선제적 이행을 한 것에 대해 확실한 혜택을 줘야 하는데 별도의 허들은 만들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이는 곧 밸류업 참여를 유인하는 것에 대한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조만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도 계획된 상황에서 거래소가 상장기업에 대해 보다 명확한 시그널과 밸류업 공시 혜택을 줘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금융업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이효섭 자본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금융업권으로 그냥 통칭해서 순위를 매기거나 시총을 진단하면 사실 어떠한 항목들도 높게 나오기 어렵다”며 “그런 점에서 섹터 특성을 고려할 여지가 있다. 또 중소형 회사들도 밸류업을 잘 이행하는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함께한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DB금융투자가 다음번 밸류업 지수 변경 때 편입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거래소가 지수에 대한 시장 질타에 올해 내 구성종목을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놔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공시 완료 기업 중 시총기준을 미충족해 탈락한 종목은 DB금융투자를 비롯해 에프앤가이드, 에스트레픽, 디케이앤디 등 4개사다”며 “최소요건에서 탈락한 만큼 다음 리밸런싱에 편입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