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자회사 신세계건설 상장폐지를 추진하다. 상장폐지 이후엔 부실 사업장 정리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고됐다. 이 과정에서 인적 쇄신도 불가피해 보이는데, 신세계건설은 우선 인력 감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오는 29일까지 신세계건설 기명식 보통주 212만661주(27.33%)를 공개매수 한다. 신세계건설 지분 70.5%를 보유한 이마트는 이번 공개매수로 자발적 상장폐지 요건인 지분 비중 95%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어 효율적인 경영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하고, 건설사업 구조재편과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수립 전략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매수금액은 주당 1만8300원으로 지난달 26일 종가(1만5370원)대비 19% 가량 높다.
신세계건설은 이마트의 ‘아픈 손가락’이다. 신세계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2022년 120억원, 2023년 1878억원, 올해 상반기엔 642억원 영업 손실을 냈다. 이 탓에 이마트는 사상 첫 적자와 신용등급 하락수모를 겪었다.
상장폐지와 더불어 구조조정이 단행되면 대규모 인적쇄신도 뒤따를 전망이다. 현재 신세계건설 임직원은 올해 6월 말 기준 797명(건설 630명·레저 167명)이다. 신세계그룹은 상반기 고강도 그룹 쇄신안을 발표하는 등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G마켓·SSG닷컴 등 장기 적자 늪에 빠진 이커머스 계열은 최근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이마트 또한 지난 4월 창사 이래 첫 전사적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신세계는 이밖에 ‘제주소주’ 매각, ‘스무디킹’ 철수 등 일부 사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이에 관해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감원 계획은 없다”며 “(상장폐지는) 공개매수를 시작하고 추진하는 거니까 그 이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 계획된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상반기에 유동자금을 충분히 확보해서 재무건전성이 나아지고 있고, 부실 사업장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마트 측도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신세계건설 공개매수를 두고 일각에선 신세계그룹이 건설 사업 철수를 고려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마트 측은 “건설 사업을 접는 건 아니다”며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구조개편을 해야 하는데, 일을 신속하게 추진하려면 지배구조가 단순해야 하고, 완전 자회사화에 의한 의사결정 체계 효율화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실 사업장 조정 중 대위변제나 채무보증 등 추가 손실이 생길 수 있고, 이런 게 반영되면 주가가 하락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52주 최고가 수준으로 주식을 공개 매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