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내 과잉 생산 제품을 저가 수출로 대거 밀어내고 있다는 불만이 전 세계 각국에서 나오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중국산 후판 제품 덤핑으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4일 관보 공고를 통해 “현대제철의 신청을 받아들여 샤강을 비롯한 중국 후판 업체들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조사는 3개월의 예비조사 이후 본조사 판정 절차를 밟는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7월31일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반덤핑 제소를 제기했다.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인 후판은 선박 제조용이나 건설용 철강재로 주로 쓰인다.
중국 철강 업체들은 자국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내부 철강 수요가 줄자 해외에 후판을 비롯한 자국산 제품을 저가로 밀어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순수출은 약 341억달러에 달해 전고점인 2014년 343억달러에 근접했다. 지난 1∼4월 중국의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수출 단가는 19.4% 하락했다. 한국철강협회 통계로는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873만톤으로 전년보다 29.2%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수입 물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그간 국내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수출 탓에 국내 기업들이 정상적 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쌓여 왔다.
국내에서 후판을 생산하는 기업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3곳으로 이번 제소는 현대제철이 했다. 특히 현대제철의 경우 후판 매출 비중이 약 1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각국은 중국산 철강 제품의 저가 수출을 자국 경제 교란 요인으로 보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중국산 철강 특정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0∼7.5%에서 25%로 연내 인상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EU)은 5월 주석도금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고, 캐나다도 철강 제품 대상 25% 관세 부과 안을 발표했다. 멕시코, 브라질 등 신흥국도 올해 중국 철강 대상 관세를 올렸고, 베트남, 튀르키예 등도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