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파’ 이재명 결단에 달린 금투세…민주, 지도부에 당론 결정 위임

‘유예파’ 이재명 결단에 달린 금투세…민주, 지도부에 당론 결정 위임

의원총회서 시행·유예·폐지 의견 ‘팽팽’…지도부 결정 따르기로
노종면 “유예·폐지 의견 합하면 시행보다 많아”
野 실시한 여론조사서도 유예·폐지 의견이 52%
지도부, 유예 후 ‘상법 개정’ 병행 시행 또는 협상 카드로 활용할 듯

기사승인 2024-10-06 06:05:04
지난 7월 28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와 관련해 격론 끝에 당론 결정을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표가 그동안 금투세 유예론을 주장한 만큼 민주당은 금투세 시행을 미루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6일 민주당은 금투세 최종 당론 결정을 지도부에 일임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 당론 결정과 결정 시점 모두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투세 관련 당내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약 두 시간 동안 법안 시행 여부를 두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노 원내대변인은 “총 16명의 의원이 ‘시행’ 또는 ‘보완 후 시행’, ‘유예’, ‘폐지’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며 “발언자들의 의견 비중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유예와 폐지 의견을 합하면 시행 또는 보완 후 시행보다 더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투표를 통해 의사를 확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체 의견) 비율을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금투세 내년 1월 시행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2년 전 여야 합의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주장과  유예·폐지 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할 동력을 잃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대로 금투세 유예·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증시가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금투세 유예를 하기 위해서는 개정안을 발의해야 하는데, 이를 정부·여당이 받아주지 않으면 정치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측면에서 아예 폐지하자는 발언도 있었다. 

민주당은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지도부에 최종 결론을 맡기기로 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시행과 유예·폐지를 놓고 표결할 경우 한쪽으로 결론이 나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정도로 팽팽한 상황이면 미세한 차이를 확인하기보다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결단하는 게 타당하다는 대다수의 의견”이라며 위임 배경을 설명했다. 

금투세 당론 결정의 공이 지도부로 넘어가면서 이 대표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금투세 ‘유예’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MBN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에 금투세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은 하면 안 돼’ 이런 정서가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의 손실과 수익에 대해서 공정하게 부담을 안분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지도부 의원도 “일단 유예 후 차기 대선에서 승기를 잡은 뒤 시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 되면 상법 개정 등과 함께 국내 주식시장 체질 개선을 책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금투세 시행 여부와 관련 여론조사에서 유예·폐지 의견이 과반으로 나타나며 ‘유예’ 의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황명선 민주당 의원실 의뢰로 지난 달 27일부터 30일까지 SK텔레콤 가입고객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702명을 대상으로 ‘금투세 시행 여부’에 대한 모바일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행 33.3% △유예 23.5% △폐지 28.4% 로 나타났다. 유예와 폐지를 합할 경우 51.9%에 달해 부정 의견이 과반을 넘겼다. (95% 신뢰수준 ±3.7%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향후 열린국회정보포털에 게재될 예정)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시장에 미칠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국정감사 전 당론을 정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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