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은 수준별 교육이 아닌 평준화 교육입니다. 잘하는 아이들에겐 영재 교육을, 떨어지는 아이들은 끌어올려 주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공교육이 하지 못하면, 전부 사교육 시장이 대체하게 되죠. ‘학교의 일이다’ ‘지자체에선 안 한다, 못한다’ 이 생각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지난 10일 서울 양천구 양천구청에서 가진 쿠키뉴스 인터뷰를 통해 ‘구립 양천교육지원센터’을 개관하게 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양천구의 가장 큰 도시경쟁력은 단연 ‘교육’이다. 이 구청장은 “종로구는 경복궁을 갖고 있다. 구로구에는 가산디지털단지가 있다. 양천구는 교육 도시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육 부실화는 결국 사교육 과열 현상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27일 개관한 양천교육지원센터는 ‘교육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학습과 진학, 진로를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따른 자기주도 학습과 진학 지원 체계도 구축한다. 이 구청장은 “진로, 직업 이전 단계는 학습이다. 학습 역량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학습 지도가 떨어지니까 아이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발을 돌린다. 이게 교육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부가 왜 필요하고, 해야 하는지 동기부여를 갖는 것. 그것이 자기주도학습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연 이 구청장은 “저소득층 아이들은 주변에 본인이 닮고 싶은 ‘큰 바위 얼굴’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에게 개개인별 컨설팅을 통해 동기부여를 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교육은 평등을 탐닉한다. 이 구청장은 “교육 복지로서의 학교 밖 공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공이 교육 분야에서 해야 하는 역할은 국어, 영어 수업이 아니다. 교육의 기회 사다리를 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천구는 지난 1월 행정 인턴 50명 중 10명을 학습 멘토로 모집했다. 저소득층 학생 40명이 학습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이 구청장은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 속에서 아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끔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천구는 지난 7월 한국공항공사 사회공헌 아이디어 공모전에 선정되면서 ‘꿈이름 멘토링’ 사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대학생 40명은 저소득층 학생 40명의 학습을 지도했다.
급격한 기술의 발전은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센터 2층에는 ‘목동미래교육지원센터’가 조성됐다. 인공지능(AI) 교육, 자율주행, 확장현실(XR) 체험 등 4차산업 분야 미래 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들의 시야가 글로벌, 미래로 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 구청장의 판단에서 만들어진 곳이다.
미래 교육 수요 증가에도 학교별로 관련 시설을 갖추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구청장은 “학교마다 인공지능 교육, 로봇, 자율주행 등 미래 콘텐츠를 교육하기 위한 시설을 갖추긴 어렵다”며 “이 센터를 통해 학교들이 시설을 체험해 보고,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놨다”고 말했다.
구는 낡은 청소년독서실은 공공형 스터디카페로 리모델링했다. 양천구 ‘Y교육박람회’에는 2년간 8만5000여명이 다녀가는 등 국내 대표 교육박람회로 자리를 잡았다. 양천구가 서울 내 ‘교육도시’로서의 브랜딩을 구축하기 위해 일궈온 사업들이다. 이 구청장은 양천구가 주거, 교육 인프라를 모두 갖춘 말 그대로 ‘아이 키우기에 좋은 주거 중심 도시’라는 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양천구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교육의 주체로 나설 생각이다. 끝으로 이 구청장은 “공공은 교육을 지원하는 업무를 해 왔다. 학교에서 시설 건립을 위한 예산 요청이 들어오면 지원해 주는 것에 머물렀다. ‘공교육을 우리가 담당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첫 발걸음이다. 아이들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양천구가 교육 도시로 ‘넘버 원’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