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고립된 공간에서 지내는 청년들이 서울에만 약 13만명으로 추산된다. 취업 실패와 대인관계 어려움 등 이들이 사회와 벽을 쌓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서울시는 정서적·물리적 고립 상태가 6개월 이상 유지된 경우를 고립청년, 이 중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한 지 최소 6개월이 된 경우를 은둔청년으로 정의했다. 이들이 방문을 열고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서울시가 손을 내밀었다.
서울청년기지개센터
시는 지난 21일 외로움·고립은둔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대책 ‘외로움 없는 서울’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시민을 발굴해 사회와 연결해 주는 것이다. 시는 별도 부처를 만들고, 5년간 총 4513억원을 투입한다. 우선 시는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서울청년기지개센터’를 본격 가동한다.
센터는 고립은둔 청년 발굴부터 사회복귀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고립은둔 청년은 활동형고립‧고립형‧은둔형, 3개 유형으로 나뉜다. 일상회복, 관계망 형성, 직무역량 강화 등 50여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정상훈 서울시 복지실장은 “고립은둔 청년은 나가는 것 자체를 어려워한다”며 “비대면 근로가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해 주거나, 기업 파견형, 인턴십 등으로 채용 연계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35개 기업을 모집해 (고립은둔 청년) 취업을 연계해 주고 있다”며 “지난해만 8명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중장년 대상 일자리·복지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중장년 정보몽땅채널’은 내년 상반기 중 오픈한다.
모두의 친구
사회적 고립을 극복한 시민이 비슷한 아픔을 겪는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서기도 한다. 서울시복지재단 내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에서는 ‘모두의 친구’를 양성하고 있다. 사회적 고립 상황을 극복한 시민이 서로를 격려하고 치유하면서 역량을 키운다. 현재까지 수료 인원은 17명이다. 자기 치유 및 공감‧지지 대화법 등 총 8회 역량강화 교육을 이수했다.
황성원 서울시 복지실 고독대응과장은 “고립회복당사자가 자기치유 과정이나 의사소통 과정 등의 교육을 이수한 뒤 활동할지 선택한다”며 “‘부담스럽다’라거나 ‘다른 곳으로 취업하겠다’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경험을 겪은 시민이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모두의 친구는 한 달에 50여 시간 근무하는 구조다. 사회에 나와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지역사회 내에서 관계망을 만들고 고립가구의 동주민센터·지역사회복지관 연계를 돕는다. 황 과장은 “심리 상담을 도울 수도, 오프라인에서 치유 활동을 도울 수도 있다”며 “내년엔 50명 정도까지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