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경영지원회사(MSO)가 의사 대신 환자에게 의료비를 받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 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지난 8월 서울 강남구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종합소득세 등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의 청구를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MSO인 B사, C사 두 곳과 병원관리 및 결제대행에 대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B·C사는 계약을 바탕으로 A씨 대신 환자들로부터 직접 의료비를 받은 뒤 세금계산서 또는 현금영수증을 발행했다. MSO는 병원에 인력 관리, 경영 컨설팅, 마케팅 등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말한다. 이후 B·C사는 병원관리용역과 결제대행 수수료를 공제한 금액을 A씨에게 줬고, A씨는 이에 대한 매출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하지만 세무 당국은 2019년 12월 A씨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해당 MSO들을 신용카드 위장가맹점으로 보고 A씨에게 누락된 2016~2018년분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총 7억2000만여원을 고지했다. 통상적으로 소득을 축소해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이용되는 위장가맹점으로 MSO들을 활용했다는 취지다.
불복한 A씨는 이의신청을 거쳐 2020년 10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조세심판원은 세무 당국의 재조사를 결정하고 경정 결정을 거쳐 세액은 5억여원으로 줄었으나, A씨는 “정부가 MSO 제도 도입을 권고함에 따라 적법하게 계약하고 그에 부합한 세무 처리를 했다”며 법원에 불복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료용역을 제공한 주체는 A씨이므로 A씨가 직접 의료비를 수취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부가세법 32조는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는 세금계산서를 직접 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B·C사가 환자들로부터 지급받은 대금은 A씨가 환자들에게 제공한 의료행위에 대한 대가이고, 의료법에선 의료인(의료기관)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면서 “B·C사는 환자에게 직접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아니며, 의료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병원 경영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액에 영향이 있는지를 떠나 허위 세금계산서인 것은 명확해 위법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는 환자들로부터 의료비를 직접 받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후 자신의 매출로 세무 처리하고, MSO들은 A씨로부터 병원 관리와 결제대행 용역대금을 받아 A씨에게 이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