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 1호 고객인 50대 여성은 본인의 사망보험금 20억원을 자녀에게 나눠 지급하는 신탁 계약을 맺었다. 이 고객은 자녀가 35세가 되기 전까지는 보험금의 이자만 지급하고, 35세와 40세가 되는 해에는 보험금의 50%씩을 지급하도록 설계했다.
내 사망보험금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지급하도록 사전에 설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12일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허용된 영향이다. 보험금을 운용하는 동안 발생한 이자도 줄 수 있어 관심이 뜨겁다. 다만 투자 성향과 이자에 붙는 세금에 주의해야 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허용되면서 하나은행, 삼성생명, 흥국생명이 앞다퉈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 가입자 확보에 나섰다. 우리은행,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도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이란 금융사에 사망보험금을 신탁해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사망보험금은 본래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수익자에게 바로 지급되지만, 신탁을 활용하면 미래 특정 시기에 줄 수 있다. 그때까지 사망보험금 관리는 금융사가 도맡는다.
보험금청구권을 신탁하려면 사망(일반) 시 3000만원 이상 금액으로 지급하는 보험에 들어야 한다. 재해나 질병 사망보험금은 지원이 안 된다. 수익자는 부모자식 등 직계 존비속과 배우자로 제한된다.
자녀 등 수익자가 일정 시기까지 원금에 손을 대지 않기를 원하는 이들이 주로 가입한다. 흥국생명에서 신탁을 가장 먼저 체결한 50대 남성도 자신의 사망보험금 5억원을 자녀가 40세, 45세가 되는 해에 절반씩 지급하도록 설계했다. 그전까지는 사망보험금에 대한 이자만 주도록 했다. 이자에는 2000만원 이하 기준 15.4%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된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한 50대 남성은 “자녀가 중학교 다니는데 보험금을 스스로 주식에 넣거나 운용할 수가 없지 않으냐”면서 “금융사가 잘 굴려서 이자를 주면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자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도록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도 있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원금손실을 불사하면 가능하다. 이자를 배당하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최대 5000만원까지 보호하는 예금자보호법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원금보전형 상품도 존재한다. 삼성생명은 원금 보전을 위해 시중은행 정기예금으로만 사망보험금을 운영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거래하는 시중은행 중 고객이 고른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으로 사망보험금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기예금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원금보전 여부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 또다른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원금 손실을 원하지 않는 고객의 자산은 최대한 보수적인 상품에, 원금 손실이 나더라도 투자를 원하는 고객의 자산은 공격적인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입을 희망하는 소비자라면 세금에 주의해야 한다. 국세청 상속증여세과 관계자는 “신탁으로 맡긴 보험금 원본과 사망 시점까지 발생한 이자는 상속재산으로 보는 신탁재산이라 과세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신탁에 맡기지 않은 사망보험금도 상속세를 내지만, 이자에 대한 세금이 더 발생하는 것이다. 사망 이후에 지급되는 이자에 대해서도 별도로 이자소득세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