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하나증권 등 국내 금융그룹 산하 증권사 대표 임기가 곧 마무리된다. 실적을 비롯한 그간 공적을 감안할 때 연임이 기대되지만, 단정하긴 이르다. 양사 모두 ‘채권 돌려막기’ 사태로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부는 대표 세대교체 바람도 견뎌야 한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KB금융그룹 내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가 인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증권계열사인 KB증권 김성현, 이홍구 각자대표 임기는 내달 31일까지다. 김 대표는 2019년 취임해 임기를 4차례 연장했다. 이 대표는 올해 1월 취임했다.
김 대표와 이 대표는 각각 IB(기업금융)과 WM(자산관리)에 특화된 인물이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군 성과가 돋보인다. 김 대표는 취임 후 3년 간 줄곧 KB증권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2022년엔 업계 최초로 DCM·ECM·M&A금융자문(국내 증권사 기준)·인수 금융에서 1위를 기록했다. 어려운 금융용어를 알기 쉽도록 개선하고 건강보험 체납청년 지원 등 ESG경영도 강화했다.
올해 3분기 실적도 양호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0%, 51% 성장했다. WM은 60조원을 넘겼다. 3분기까지 IPO 7건, 유상증자 7건을 기반으로 ECM 전체 주관 선두권을 탈환했다. DCM은 업계 1위를 수성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임기도 올 연말 만료된다. 강 대표는 적자였던 회사를 흑자로 일으킨 장본인이다. 공시에 따르면 하나증권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50억17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512억5700만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WM과 IB 부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손봤고, 마침내 실적 ‘턴어라운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하나증권은 초대형IB 진출이라는 숙원도 안고 있다.
변수는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하나증권과 KB증권에 대한 기관 제재 및 임원·담당자 제재 조치안을 의결하고 두 증권사에 일부 영업정지 제재 방침을 정했다.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을 운용하면서 불법 자전 거래로 고객 손익을 다른 고객에 전가한 혐의다.
기관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인가 취소 등 5단계로 나뉜다. 이중 영업정지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양사 운용 담당 임직원에겐 중징계가 이홍구 대표를 포함한 감독자에겐 경징계인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경징계지만 부담요인이다. 전임자인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라임사태로 중징계를 받고 물러났고, 빈 자리를 이홍구 대표가 메웠다. 징계수위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거쳐 확정된다.
CEO 세대교체 바람도 변수로 꼽힌다. 김 대표는 63년생, 이 대표는 65년생이다. 강 대표도 64년생이다. 주요 증권사 CEO 연령이 60년대 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3인 모두 상대적으로 고령자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사정은 다른데, 지주 계열이면 지주가 우선이고 계열사 인사는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올해 성과가 괜찮으면 (대표가) 연임하거나 반대면 (연임이) 불투명하다고 예상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