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을 지운 2시간30분 [데스크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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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4-12-04 14:26:52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인 4일 자정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2문 앞에서 경찰들이 경계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한 세대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배우고, 투표와 집회로 권리를 찾아온 시간. 정치적 폭력으로 권위를 유지하던 세상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세상으로 바뀐 시간. 국민이 권력을 두려워하던 시대에서, 권력이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시간. 부당한 체제에 맞서다 희생당한 시민들을 기억하며, 반복하지 않기를 염원해 온 시간. 지난 45년의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희생으로 쓴 역사를 거스르고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1979년 10월 이후 45년 만의 일이다.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 이유는 모호하다.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누구나 안다. 그저 정치적 교착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였다는 것을. 대통령 자신의 불안을 국가의 위기로 포장했을 뿐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국민의 권력을 기반으로 한 정치 운영이다. 갈등이 있을 때 소통과 타협으로 풀어가려는 과정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한다고 했지만, 민주주의는 그렇게 보호할 수 없다. 무력이 아니라 합의와 선거를 통해 지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 해제를 선언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어떤 판단을 통해 비상 계엄 선포를 하게 된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법률적 정당성과 정치적 타당성을 따졌는지 밝혀야 한다. 절차 하자나 권한 남용은 없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져야 한다. 계엄 선포는 단순한 헌법 조치가 아니다. 경제 피해, 정치 갈등의 심화, 국제사회에서의 신뢰 하락을 불러온 중대한 결정이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혼란과 불안을 안기며 깊은 상처를 남겼다. 대통령은 이 모든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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