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시니어 고객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5대 금융지주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KB금융그룹이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니어 세대가 새로운 ‘큰손’으로 각광받고 있다. 빠른 고령화로 전체 인구에서 시니어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993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9.2%를 차지한다. 내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노년층이 보유한 금융자산도 불어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층의 자산·소득 수준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08년 701만원에 불과했던 노인층의 연간 개인소득은 2023년 2164만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자산 수준도 대폭 커졌다. 지난해 노인층의 평균 금융자산은 4912만원으로 2020년(3213만원)에 비해 53% 증가했다.
여기에 상속에 관한 시니어층 인식이 바뀌었다. 충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은퇴 이후에도 삶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소비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자녀들에 재산을 상속하는 대신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노년층이 늘었다.
금융그룹들은 시장 변화에 맞춰 자산관리(WM)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요양산업에도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KB금융의 스타트가 빨랐다. KB금융은 요앙산업에 금융사 최초로 진출했다. KB손해보험 요양사업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는 지난 2016년 출범했다. 지난해 생명보험업과 요양사업 연관성이 더 높다는 판단으로, 자회사 운영주체를 KB손보에서 KB라이프생명으로 바꿨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노인복지주택 ‘평창카운티’와 요양시설 ‘서초빌리지’, '위례빌리지' 등을 운영 중이다. 입소를 위해 대기를 걸어야 할만큼 인기가 높다. 여기에 주·야간 보호센터인 강동케어센터, 위례케어센터도 개소하며 프리미엄 노인요양시설을 전방위로 확장하고 있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차기 KB국민은행장으로도 발탁하는 ‘변화’를 선택한 점도 주목된다. 이환주 대표는 KB생명보험과 푸르덴셜생명 합병으로 탄생한 KB라이프생명의 초대 수장을 맡아 지난 2년간 안정적으로 조직 통합을 이룬 인물이다. 요양 사업 진출 등 신시장 개척으로 탁월한 경영능력까지 입증 받았다. 그는 KB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운데 처음으로 은행장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KB금융의 이 대표 발탁은 변화하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이 대표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지주, 은행, 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면서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진”이라며 “이 후보가 최대 계열사인 은행을 맡아 은행과 비 은행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계열사 대표로 이동했다가, 다시 은행장으로 돌아온 전례는 없다”며 “은행들이 이자수익에 치중해, 수익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시점에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 대표 취임으로 비은행업과의 협업과 조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