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 더 힘든 장애 부모…“실질적 양육 지원 필요”

출산·육아 더 힘든 장애 부모…“실질적 양육 지원 필요”

‘장애 부모 힘 더하기 그리고 나아가기’ 제7차 KICCE 정책토론회
자녀 교육·양육 시 차별 경험 14.1%
돌봄 서비스 등 복지부 사업 포함해야

기사승인 2024-12-05 16:44:30
육아정책연구소는 5일 서울 명동포스트타워에서 ‘장애 부모 힘 더하기 그리고 나아가기’란 주제로 제7차 KICCE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임지혜 기자

“장애를 가졌고 유전 가능성은 알았지만, 당연히 아이는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걱정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아이가 장애를 가질 것이 두려워 출산하지 않는 것은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나의 삶을 부정하는 것 아닐까요. 보통 사람의 삶처럼, 나의 삶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

장애가 있는 부모(장애 부모) 10명 중 5명이 양육 과정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험 부족과 차별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장애 부모들은 자녀를 기르고 돌보는 데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김자연 육아정책연구소(KICCE) 부연구위원은 5일 ‘장애 부모 힘 더하기 그리고 나아가기’란 주제로 열린 제7차 정책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각각 장애인정책종합계획,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마련해 뒀지만, 장애 부모가 직접 자녀를 양육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세밀한 정책이 부재하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80.1%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자녀의 교육·양육 시 차별을 경험한다는 비율은 14.1%다. 중증 장애인의 경우 27.2%로 약 2배가량 높다.

아동 양육에 대한 부담도 크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삶 패널조사’(2023)에서도 52.3%가 아동 양육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 10명 중 8명(76.9%)이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장애 부모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높지 않다. 김 부연구위원은 “소수의 장애 여성이 출산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이들이 자신의 어려움이나 피로를 적극 개진하거나 드러내는 것부터 어려워 이들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5일 서울 명동포스트타워에서 ‘장애 부모 힘 더하기 그리고 나아가기’란 주제로 제7차 KICCE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임지혜 기자

윤소연 백석대 교육대학원 강사도 “장애 아동을 둔 부모와 달리 장애 부모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다양성 측면에서 장애 아동을 바라보는 인식은 달라졌는데, 장애 부모까지는 (이러한 인식이) 이어지지 않고, 부정적이고 차별적인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장애 부모를 포함한 모든 부모가 안정적이고 건강한 환경에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준비와 사회적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 부모의 양육 지원을 위한 방안으로 △장애유형에 따른 요구 고려 △현금급여 확대 △민간·공공 연결 케어매니저 확립 △지역 간 지원정책 격차 축소 등이 제안됐다. 

김성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지부에선 장애인 서비스 선택권을 강화하고 서비스 간 칸막이를 제거,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개인예산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며 “향후 장애 부모들의 자녀와 관련한 돌봄 서비스 등을 사업에 포함될 수 있도록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보영 명지전문대학 교수는 “서울시처럼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있는 지자체에서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서울시에서는 홈헬버나 베이비시터 등의 제도가 제공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취학 아동 가정에 (지원이) 집중돼 있으며 초등학교 이상 학령기 이후에는 지원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초 장애 부모를 위한 양육 지침서를 마련할 계획이다.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은 “장애 유형과 상관없이 부모는 할 수 있다. 어떤 조건과 상황에서도 부모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 방안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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