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석 감독 “욕망과 트라우마 넘어 가족을 대하는 성장 드라마” [쿠키인터뷰]

양우석 감독 “욕망과 트라우마 넘어 가족을 대하는 성장 드라마”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4-12-06 11:00:04
영화 ‘대가족’으로 돌아온 양우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가족은 모두에게 콤플렉스이자 트라우마, 결핍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을 나의 욕망으로, 혹은 상처의 원인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영화 ‘변호인’(2013), ‘강철비’(2017), ‘강철비2’(2020)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신작 ‘대가족’으로 다시 시대의 화두를 던진다. 이번에는 ‘가족’이다 양우석 감독은 “대가족의 대는 큰 대(大)가 아니라 대할 대(對)”라며 “확장성과 연대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양우석 감독은 5일 서울 종로구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양 감독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얘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 그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털어놨다. 2013년 영화 ‘변호인’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양 감독은 2014년 제51회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과 시나리오상, 제3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 제14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올해의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이후 강철비 시리즈를 연출하고 4년 만에 다시 극장가로 돌아왔다. 

양 감독이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이승기 분)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김윤석 분)에게 갑작스럽게 손자·손녀가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이 시작되는 가족 코미디 영화다. 

함께 합을 맞춘 배우 김윤석에 대해 양 감독은 “만두피에 만두속을 올려놓은 것만으로도 만두 장인이 되는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개인적으로 배우를 정의한 표현 중에 ‘우리들의 잃어버린 표정을 찾아주는 직업’이 가장 적확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아이들이 찾아오는 장면에서 ‘눈이 안 보이는 미소’를 지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하회탈 같은 그 미소, 아이들이 찾아왔을 때 어떤 심정으로 맞이했는가를 한 표정으로 다 보여주신 것”이라고 부연한 양 감독은 “그 표정을 보는 순간 관객들이 바로 감정 이입하고, 공감하면서 영화를 보겠다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화 ‘대가족’은 오는 11일 개봉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왜 가족일까…유일하게 선택할 수 없는 태그 

양 감독은 “모든 인간에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태그가 붙는다”면서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부터 모든 게 태그”라고 설명한 양 감독은 “우리가 유일하게 태그를 선택할 수 없는 게 바로 가족”이라고 짚었다. 

“처음 가족을 만날 때도 우리가 부모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성인이 돼 가족을 만들 때 역시도 우리가 가족을 선택할 수 없다”고 말한 양 감독은 “여러 태그 중에 가족만 선택을 하지 못한다. 모든 가족은 모두에게 콤플렉스나 트라우마 혹은 결핍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역설했다. 

그런 점에서 양 감독은 ‘대가족’을 가족 코미디가 아닌 ‘성장 드라마’로 봤다. 배우 김윤석이 연기한 ‘함무옥’은 손자·손녀라고 주장하는 아이들이 찾아왔을 때, 처음에는 이들을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내 핏줄을 이어줄 사람’, 즉 욕망의 피사체로서 아이들을 보던 시선은 어느 순간 서로 같은 ‘운명’이라는 점을 이해하며 ‘연민’으로 바뀐다. 영화의 첫 번째 변곡점이다.

이후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영화의 ‘3층집(할아버지-아버지-아들·딸)’ 구조 중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는 함무옥 역시 성장한다. 기존 성장 서사에서 변주를 준 것으로, 부모가 된 이후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보면서 아버지이자 할아버지 역할을 하던 인물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사람으로 변모한다.

한편 양 감독은 송강호(변호인)와 김윤석(대가족)이라는 한국이 자랑하는 연기파 배우들과 모두 작품을 한 감독이 됐다. 양 감독은 두 배우의 매력을 각각 다르게 정의했다. “송강호 배우가 ‘세르히오 바티스타’라면, 김윤석 배우는 ‘로타어 마테우스’라고 운을 뗀 양 감독은 “송강호 배우가 ‘바티골’로 유명했던 바티스타처럼 갑자기 골을 넣어버리는, 어떻게 골이 들어갔는지조차 몰라서 수비수도 감탄하면서 바라보게 되는 스트라이커형 연기라면 김윤석 배우는 경기 전체를 조율하고 수비도 다 도맡아 하다가 ‘이제 골을 넣을 때가 됐군’ 하면서 드리블하고 넘어가서 골을 넣어버리는 연기”라고 말했다.

차기작에 대한 청사진도 공개했다. 양 감독은 “지난 10년 동안 여러 주제를 다뤘는데, 다음 10년은 우리나라 산업을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우리만의 장르를 만들었으면 하는데, 제가 관심 있는 분야는 한국식 판타지 무협”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미국이 ‘아시아 무협’을 만든 적은 있지만 동양인 눈에 안 찬다”면서 “제가 잘 만들어서 새로운 장르로 안착시켜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신작 영화 ‘대가족’은 오는 1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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