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주주대표소송을 추진한다. 소액주주 측은 김준기 DB그룹 창업주가 미등기 임원인데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높은 급여로 회사와 주주에게 피해를 줬다고 주장한다. 반면 DB 측은 창업주는 회사 성장을 이룩한 인물로 경험과 안목을 고려할때 보수가 과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한 결과 DB하이텍 소액주주와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김준기 DB그룹 창업주와 김남호 DB그룹 회장, 조기석 DB하이텍 사장, 양승주 DB하이텍 부사장 등 경영진을 향해 주주대표소송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회사를 위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소송을 말한다.
김선웅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법무법인 지암)는 쿠키뉴스에 “(김 창업주가) 미등기 임원인데도 가장 많은 임원 보수를 받아 가고 있다”며 “임원 보수는 등기이사들의 경우 주주총회의 통제와 허가를 받아 한도 내에서 지급하게 된다. 그러나 미등기 임원들은 한도를 벗어나서 임원보다 훨씬 더 많은 급여를 지급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결국 주주들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임의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존재한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결정을 했다 하더라도, 그 결정은 무효이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또한 사실상 본인들만 별도 배당을 받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런 부분에 위법 요소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창업주는 지난 2020년 7월 당시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을 역임하고 있던 장남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긴 뒤 DB하이텍에서 연봉을 수령해 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창업주는 지난 2021년 18억45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후 2022년 31억2500만원, 2023년 34억원, 올해 상반기 17억원을 수령했다. 상반기 수령액은 김 현 DB그룹 회장 급여보다 높은 수준이다.
DB하이텍은 김 창업주의 급여 산정기준은 임원 급여기준에 따른 누적 지급분이라고 공시했다. 담당업무도 경영자문으로만 명시돼 있다. 다른 미등기 임원들의 담당업무는 DB그룹 내 기술총괄, 재무·브랜딩·개발·전략마케팅 등으로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를 회사 가치에 손해를 입히는 행태라고 지적한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소송을 진행하게 된 계기는 오너 일가의 고연봉 수령 때문”이라며 “등기이사일 경우 고연봉이 정당화되는 측면이 있지만, 경영 자문이라는 명목하에 너무 많은 급여를 수령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DB그룹 측은 소액주주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DB하이텍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 이후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가 10년 이상 지속됐다. 이를 흑자로 전환하고 현재 20%대 영업이익을 낸 창업주를 비롯한 경영진의 노력을 주주들이 외면했다고 반박한다.
DB그룹 관계자는 “김 창업회장은 국내 최초로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어 수천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노력 끝에 회사를 성장시킨 장본인이다”며 “현재 그룹 총수이자 동일인으로서 지금과 같은 글로벌 반도체 위기상황에서 그 경험과 안목을 바탕으로 회사발전을 이끌고 있는 만큼 고액연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소액주주들의 주주대표소송은 하반기 들어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1일 영풍 주주들과 경제개혁연대는 석포제련소 환경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영풍 전현직 이사 5명 대상으로 과징금 280억원, 정화 복구 비용 등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