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와 여당이 정례회동 등을 통해 계엄 후폭풍에 따른 정국 수습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를 포함, 국정 운영에서 물러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의 정상적 국정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로드맵이다.
한 대표는 이날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국민적 불안과 국가적 피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국민들께서 정부에 느낀 실망감과 불신은 대단히 크다”며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정상적으로 국정운영 할 수 없기에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판단이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의 평가와 심판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질서 있는 퇴진으로 혼란을 최소화해 국민과 국제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국격을 회복하겠다”며 “당내 논의를 거쳐서 구체적인 방안을 조속히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발표에 따르면 대통령 퇴진 전까지 국무총리와 여당이 협의, 민생과 국정을 챙긴다. 대통령은 퇴진 전이라도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는다. 한 총리와 한 대표는 주 1회 이상 정례회동을 통해 시급한 국정 현안과 대책을 마련한다.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한 대표는 “수사기관의 수사는 엄정하고 성역 없이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당을 포함해 누구라도 옹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의 발표에 이어 한 총리도 마이크를 잡았다. 한 총리는 “현 상황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정에 있어 한치의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한미일 그리고 우리 우방과의 신뢰 유지에 외교부 장관을 중심으로 전 내각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당과의 협력도 강조됐다. 한 총리는 “저를 포함한 모든 국무위원과 부처 공직자들이 국민의 뜻을 최우선에 두고 여당과 지혜를 모아 모든 국가 운영을 안정적이도록 할 것”이라며 “굳건한 안보태세를 확립하고 비상경제 대응체계를 가동해 외환시장 위험 요인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야당과 국회에도 협조를 당부했다. 한 총리는 “지금은 모든 것을 넘어 뭉쳐야 할 때”라며 “야당에도 부탁한다. 정부 제출 예산안과 부수 법안의 통과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각 부처가 예산안을 통해 준비할 수 있어야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적기에 넘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의 리더십 아래 여야 협의를 통한 국회 운영으로 경청과 타협, 합리와 조정이 뿌리내리길 희망한다”며 “정부가 먼저 몸을 낮춰 협조를 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 대표와 한 총리는 모두 이날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지 않고 담화만 발표한 후 자리를 떠났다. 대통령실에서도 이번 담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