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의 장기화 조짐에 원·달러 환율이 1437.0원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안정화 조치에도 상당 기간 1400원대 환율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9일 서울 외환시장 정규장에서 오후 3시30분 원·달러 환율은 17.8원 오른 1437.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26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9시6분쯤 1430원을 넘어섰다. 이후 1435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1437.0원으로 상승 마감했다. 이는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되면서 정치 리스크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이 NDF(역외환율) 기준 4.8원 상승한 1422.3원으로 마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의 추가적인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추가 상승을 예상하는 이유는 정국 불안에 따른 국제 신인도 하락과 더불어 탄핵 정국 장기화에 따른 국내 경제 펀더멘탈 약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혼란에 당분간 1400원대 환율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거론으로 인해 당분간 국내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정치적 이슈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며 환율 상승 시 당국의 시장 개입이 적극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환율 상단은 1430원 내외에서 제외될 듯하다”고 봤다.
환율 안정을 위해 당국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일명 ‘F4’ 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환율 안정을 위해 필요시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외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적 외환 수급 개선 방안도 12월 중 발표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를 넘어 최대 15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2·4분기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5월 말까지 원·달러 환율을 1500원 타겟으로 달러/원 롱포지션(달러 매수)을 추천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