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및 탄핵불발 사태에 코스피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멈춰 섰지만, 탄핵정국 장기화로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코스피 2300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당국은 마지막 카드로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편드)’ 가동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2.78%(67.58p) 내린 2360.58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4일 열린 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44% 하락했다. 이후 5일 0.90%, 6일 0.56% 내렸으며 주말 사이 탄핵 불발에 9일 하락 폭은 2.78%까지 커졌다.
코스피 하락은 4~5일까지 양일간 외국인이 주도했다. 외국인은 4일 4080억원, 5일 3164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6일 2843억원을 더 팔아치웠지만 9일 1049억원 순매수로 전환했다. 6일부터 내림세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끌었다. 개인투자자들은 6일 5816억원, 9일 8909억원 순매도하며 ‘패닉 셀링’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증권업계에서는 탄핵정국을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서 내다보고 있다. △여당-정부 주도 내각 구성과 △탄핵 가결에 따른 사법 국면으로 전환이다. 먼저 한동훈-한덕수 내각 구성은 여야 대치를 장기화할 수밖에 없고 거리 시위 확산, 불확실성 장기화 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탄핵이 가결될 경우에는 헌법재판소 판결 전까지 변동성 양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통점은 두 상황 모두 주가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코스피 2300선이 붕괴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한다. 특히 2300선이 붕괴될 경우 증시가 장기간 저점에서 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2300선에서 하방 지지를 기대 또는 희망하고 있으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코스피 적정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내려갈 수 있다”며 “지난 2012~2015년 당시 코스피 지수는 순자산이 늘어도 PBR 수준이 낮아지면서 1900~2100선에서 등락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변수는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다.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약속한 바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시장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며 10조원 규모 증안펀드 등 준비된 시장 안정 조치가 적기 시행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증안펀드는 시장에서 직접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증안펀드는 그동안 총 5차례 조성됐지만 실제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은 1990년(4조8500억원)과 2003년(4000억원), 2008년(5150억원) 등 세 차례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폭락할 때도 증안펀드가 조성됐지만 증시가 자체적으로 살아나면서 집행까지 진행되지는 않았다. 마지막 조성은 2022년 글로벌 긴축 위기 때로 이 역시 실제 집행되지는 않았다. 현재 당국이 거론하는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는 2022년 미집행된 자금을 말한다.
다만 증안펀드가 실제 주가 부양에 성공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증안펀드 가동 시점 논란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안펀드는 가동하지 않고,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낼 때 최고의 효과를 낸다”며 “가동한다고 해서 증시가 올라갈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이 증안펀드를 가동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인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외국인이 돌아선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