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25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논의에 다시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감액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을 ‘협박 수단’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원내지도부 공백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열리는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황정아 원내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이미 의결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감액안을 오는 10일 본회의에 올리자는 의견도 있고 정부안을 받자는 의견도 있다”며 “정부 증액안을 검토하고 협상할 예정이다. 10일 예산안 통과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예산안의 조속 처리를 통해 불확실성으로 인한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하고 탄핵 불발로 증폭된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민주당은 빠르게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 시켜 행정부가 미리 국정운영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산안을 10일까지 처리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총 4조1000억원을 감액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감액 예산안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며 이날까지 여야 합의안을 만들어오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을 두고 ‘협박용’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감액예산안을 그대로 확정하는 것을 협박 수단으로 쓴다는 건 민주당이 감액한 예산안이 잘못이라고 자인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감액 예산으로 국민을 상대로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비상 계엄 사태 직후 발생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공백으로 물밑 협상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강행 방침에 기획재정부와 국민의힘은 전날 민주당에 예산안 논의를 요청하며 협의를 재개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시간을 줬지만 그동안 정부·여당은 한 번도 협의를 요청하지 않았다”며 “국민의힘과 정부가 대화를 나눠 합리적인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감액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야당의 감액 예산안을 두고 유례 없는 감액, 민생 예산 감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통상 수준의 감액 규모”라며 “증액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런 태도로 협상에 임하면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내년도 예산안 상정 권한을 가진 우 의장은 예산안 처리에 있어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대통령 직무 정지를 위한 여야 회담’을 통해 예산안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예산안 처리 시한이 좀 더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의장실도 민주당에 “10일까지 (협상이) 될 수 있겠는가, 좀 더 늦춰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며 황정아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될 가능성이 높지만, 일각에서는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준예산은 직전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정부 기능 유지를 위해 전년도에 준해 편성하는 예산이다. 다만 준예산은 1960년 제도 도입 이래 한 번도 편성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