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나 좋아하는 것들을 편하게 이야기하며 살고 싶다. 걱정 없이 게임만 하고 싶다. 불안해서 취미를 즐길 수 없어, ‘그 앞에서 게임을 즐겨야지’라는 마음으로 나갔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집회가 열렸다. 당시 집회 현장에서 노트북과 콘솔을 들고 와 게임을 하던 ‘암호명은 들장미(닉네임‧들장미)’가 10일 쿠키뉴스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3일에 파이널판타지14가 업데이트돼 친구들과 얘기하며 즐겁게 하고 있었다”며 “계엄령이 떨어지자 몰려오는 걱정과 불안 때문에 하던 게임도 제대로 못하겠어서 끄고 뉴스만 계속 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새벽에 계엄령이 취소됐지만, 그 이후 며칠 동안 게임도 집중이 안 되고 일상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깃발을 만들고 집회에 참가한 게이머들도 있다. ‘사회인게임클럽회원연합’, ‘쌓게위(게임을 사자, 게임을 쌓자, 게임을 하자)’, ‘피크민 하는 시위 나온 사람들’,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의미하는 ‘전국네모연합회’ 등이다.
아티스트 팬들이 응원봉을 들고 나온 것처럼 게임 ‘마인크래프트’ 횃불 조명을 사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 판매 업체는 갑작스러운 주문 폭주에 현재 1300개 이상의 주문건이 들어와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는 공지를 내기도 했다.
7일 본회의장을 떠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을 기록한 게임도 나왔다. 본회의장 자리에 앉아 찬성이나 반대를 누르고 밖으로 나가면 105명의 이름이 하나씩 나오는 식이다. 해당 게임을 만든 창작자는 “잊지 않고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제작 목적을 밝히기도 했다.
인게임 집회도 열리고 있다. 게임 내 마을 등 이용자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에서 게임 아이템을 흔드는 방식이다. 지난 2021년 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타투 합법화를 위한 집회,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목소리를 내려는 목적으로 온라인서 ‘2021 평등의 이어달리기’가 진행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전문가는 적극성을 가지려는 모습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이미피케이션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적인 타격은 물론, 일상이 무너진 상황이기도 하다.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인데 이러한 활동을 통해 주체성을 획득하고 사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며 응집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다.
실제로 집회 현장에서 게임을 한 들장미도 “같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과도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깃발이나 피켓 아이디어 공유나 집회 후기를 얘기하기도 한다”며 “이렇게 집회를 할 수 있게 된 데는 부모님 세대 역할도 있었다. 함께 하면서 각자의 삶과 취미생활로 돌아가자”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김 교수는 “동기부여를 하는 수단 중 하나”라며 “(새로운 형태의 집회 문화가) 앞으로 더 고도화되고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온·오프라인이 융합돼 더 많은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현장이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