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종합금융투자회사(종투사)와 초대형 투자은행(IB) 신규 인가가 탄핵 정국 속에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당국이 약속한 제도 개선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인가 시점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11일 취재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가운데 대신증권이 당국에 종투사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하나·키움증권은 초대형 IB 지정 신청을 준비 중이다.
종투사는 혁신기업 성장 및 기업 해외프로젝트를 지원하는 IB 육성을 목적으로 지난 2013년 도입된 제도다. 자기자본 요건은 3조원으로, 현재 9개(미래에셋·NH투자·삼성·한국투자·키움·메리츠·KB·신한투자·하나)사가 종투사 인가를 가지고 있다.
종투사 인가를 획득하면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가 가능해진다. PBS는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대출을 하거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일반 국민·기업을 상대로 외화 일반환전 업무도 허용된다.
9개 종투사 가운데 5개(한국투자·KB·미래에셋·NH투자·삼성)사는 2017년 초대형 IB로 일괄 지정됐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4조원 요건을 충족해야 지정 자격을 얻는다.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200%로 확대된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취급도 가능해진다. 발행어음이란 회사가 자금을 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말한다.
당국은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종투사엔 IMA(종합금융투자계좌) 업무도 허용하고 있다. IMA란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예탁받은 금전을 통합해 운용하고 그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연내 종투사와 초대형 IB 신규 인가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종투사 인가는 금감원이 신청을 받아 60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해야 하지만 제도 개편과 탄핵 정국이 변수로 꼽힌다.
당국은 종투사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제도 취지와 달리 발행어음 등으로 조달한 자금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나 주가연계증권(ELS) 사업에 할애해 문제가 되고 있어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증권사 CEO 간담회장에서 “혁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이 미미하고 부동산 금융에 편중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시사한 바 있다.
초대형 IB 인가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고도 당국에 인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초대형 IB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100%에서 200%로 확대됐지만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도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다. 특히 삼성증권은 초대형 IB 지정에도 발행어음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정부도 인가 의지가 덜한 모습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제도 개선에 관해 진행 중인 연구 용역은 없다. 당국 또한 비상계엄 선포 이후 변동성이 커진 시장관리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업계도 인가 시점을 제도개편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 키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올해(인가)는 힘들다”며 “금융위원회 종투사 개편안 발표에 맞춰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도 “연내 (인가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