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괜찮아요” 민관, 외국인 투자자 달래기 총력

“한국 괜찮아요” 민관, 외국인 투자자 달래기 총력

금융당국 충격 해소책 마련 분주
F4 매일 열리고…대외신인도 유지 총력
4대 금융지주 주주서한 보내고 컨퍼런스콜 개최
“당국 전망 지나치게 낙관적” 지적도

기사승인 2024-12-14 06:31:03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외국인 투자자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한 금융당국의 행보가 바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4대 금융지주도 여기에 동참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의 저력과 회복탄력성을 믿고 예정된 투자와 기업 활동을 평소대로 추진해달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같은날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고 다시 한번 경제 상황을 점검했다. 최 부총리를 포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하는 F4 회의는 지난 3일 밤 계엄사태 이후 지난 7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열리고 있다. 

최 부총리의 행보를 보면, 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 4일 각국 재무장관과 주요 국제기구 총재 등에 긴급 서한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 면담, 미국의 경제 전문 미디어인 블룸버그와 인터뷰, 주한 외국 상공회의소와 간담회 등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10일에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12일에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와 화상면담을 통해 대외신인도 방어에 나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외국계 금융사 대표 간담회를 비롯해 주한 영국대사, 주한 일본대사 등 주요국 대사들과 만났다. 외신 인터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6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정치적 불안정 상황과는 상관없이 ‘밸류업 프로그램’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부처 전체가 사실상 ‘외인 이탈 방지’ 등 시장 안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비상계엄 선포·해제와 탄핵 정국 돌입 이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총 1조3492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장이 열린 8일동안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에 따라 주간종가 기준 환율도 4일 1410.1원에서 13일 1433.0원까지 상승했다.

시장 불안에 4대 금융지주도 외국인 투자자 설득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참석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각 지주사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주사 안정성과 한국 금융시스템의 회복력에 대해 적극 소통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금융지주들은 해외 투자자들에 주주서한을 보내고 컨퍼런스 콜을 여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약속한 주주환원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우리금융은 11일 160여개 해외투자자에 서한을 보내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여전히 견고하고 올해 7월 공시한 밸루업 계획을 차질없이 달성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하나금융은 미국 뉴욕지점, 영국 런던지점, 독일 법인, 홍콩지점, 싱가포르 지점에서 현지 금융당국을 상대로 국내 금융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KB금융그룹도 해외 투자자 대상으로 서한을 보내 지난 10월 발표한 밸류업 방안을 변함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해외 투자자와 컨퍼런스 콜 등을 진행하며 소통에 나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의 우려와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금융당국 인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매트‘는 지난 10일 계엄령 선포 직후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증시 추종 ETF가 1시간도 채 안돼 6.5%가 하락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계엄령이 선포된 후 3일 동안 10억 달러 이상을 매도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추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현 상황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국 금융당국이 내세우는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근거를 반박한 셈이다. 더디플로매트는 “정부 적자가 심각하고 국가 주요 경제 성장 동력인 반도체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등 한국이 국내외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며 “미국 일자리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고 중국은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에 직면해있는 등 세계 경제 상황도 암울하다”고 짚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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