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이 전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방침이다. 한동훈 지도부 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론이 확실치 않은 만큼 국민의힘 내부에서 대권주자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尹 비상계엄령에 막 내린 ‘한동훈 지도부’
김민전·김재원·인요한·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은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탄핵안) 통과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오늘 지도부 총사퇴 결의가 있었다. 그 전에 김민전·인요한·장동혁 최고위원과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이 현장에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헌·당규 제96조 ‘비상대책위원회’ 항목을 살펴보면 △당대표 사퇴 등 궐위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인 사퇴 등 궐위 △최고위원회의 전원찬성 등이 발생할 경우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게 돼 있다.
다만 ‘당대표 사퇴 등 궐위’ 상황에서 비대위를 설치하려면 당대표 권한대행이 전국위원회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대표직 수행을 예고했으나 최고위원들이 전부 사퇴하면서 사실상 어려워지게 됐다. 한 대표는 앞서 탄핵 가결 직후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민과 함께 잘못을 바로 잡겠다”며 갖은 사퇴 요구에도 당대표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지난 2022년 이준석 지도부 내홍 때문에 개정된 것이다. 당시 당 지도부인 이준석 대표와 친윤계 사이에서 균열이 발생하면서 당대표 사퇴 공방전이 벌어졌는데 그 사건 이후 개정된 것이다.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를 맡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당내 요구에도 사퇴를 거부했다. 당시 배현진·윤영석·조수진 전 최고위원이 사퇴했음에도 당헌·당규 해석이 확실치 않아 혼선이 이어졌고, 결국 친이준석계로 분류된 정미경 전 최고위원과 한기호 전 사무총장이 사퇴한 뒤 사건이 일단락됐다. 이후 전국위원회를 통해 당헌·당규가 지금처럼 개정됐다.
與 탄핵 수습과 대선 고민…‘비대위’에 걸린 향방
한 대표 지도부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정국이 이어질 전망이다. 비대위가 설립돼 완전히 정착할 때까지 권 원내대표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취재진의 질문에 “지도부 체제는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며 “지도부 총사퇴를 결의했기 때문에 (한 대표) 본인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정국을 벗어나기 위해 비대위 체제를 전환하고, 민심 회복을 위한 민생 챙기기에 나설 예정이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여야정 협의체’에서 경제와 민생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차기 대선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를 어떻게 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법조계에서 이번 탄핵심판 심리가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만큼 차기 대선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탄핵 정국 속 ‘대권주자’들이 눈치싸움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또 당대표 역할을 하는 비대위원장의 성향에 따라 유불리 수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당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로 빠르게 전환해 중도를 당길 수 있는 비대위원장을 선정해야 한다. 조기 대선을 상정하고 움직여야 한다”며 “당내 당권주자들은 ‘당이 어려울 때 내가 나서겠다’는 대의명분을 꺼낼 가능성이 높다. 탄핵 국면에서는 남아있어도 살아남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을 위촉하는 만큼 중요성이 높아졌다. 비대위원장이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헌법재판관 두 명의 임기가 내년 4월에 마무리 되는 만큼 그 전에 탄핵심판 결론이 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당권주자들이 존재감을 잃지 않아야 하는 만큼 모두가 달려들 것이다. 상황이 상당히 복잡해졌다”며 “대권주자인 한 대표도 고민이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