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지도부’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의 책임을 지고 줄사퇴하면서 지도 체제 와해가 불가피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 대표의 등장은 불행의 시작이었다”면서 “총선 후 한 대표의 총구는 항상 대통령에게 가 있었다. 탄핵 표결 전에도 한 대표를 설득했으나, 기어이 한 대표는 끝까지 속전속결 탄핵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야당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방통위원장 임명, 감사원장·중앙지검장 탄핵을 두고 “우리 당 대표의 목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예산을 몽땅 깎아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허약한 정당이 된 것은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당과 아무런 인연이 없었던 인물(한 대표)을 그저 이용해 보려는 욕심이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에서 홍준표시장의 용병불가론에 적극 공감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 대표를 외부에서 끌어온 ‘용병’으로 규정하면서 “철부지 용병에게 사태 수습을 맡길 수 있겠나”라며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나 의원은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당인이라서 최대한 내부비판을 자제해 왔다. 어떻게든 수습하려 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이미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전국위원회 의장은 비대위 설치를 위한 후속조치를 지체 없이 진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중 4명이 사퇴하면 지도부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전원이 줄사퇴함에 따라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 전환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무능력, 무책임, 몰염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한 대표는 찌질하게 굴지 말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면서 “한동훈 지도부의 사퇴 이유는 차고 넘친다. 윤 대통령의 비이성적 계엄선포 판단까지는 집권당 대표로서 사사건건 윤 대통령에게 총부리를 겨눈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 후 가장 먼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당 정비”라며 “한동훈과 레밍(나그네 쥐)들부터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살벌한 탄핵정국을 돌파하기 어렵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도 한 대표를 향해 “이기주의자와는 함께할 수 없다”며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당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투표를 내가 했습니까, 비상계엄을 내가 내렸습니까’라는 한 대표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면서 “신념과 소신으로 위장한 채 동지와 당을 외면하고 범죄자에게 희열을 안긴 그런 이기주의자와는 함께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