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70% 싼 ‘착한 실손’, 보험료 인상 앞당겨지나

보험료 70% 싼 ‘착한 실손’, 보험료 인상 앞당겨지나

기사승인 2024-12-17 11:00:04
이동하는 환자와 의료진. 사진=박효상 기자

실손의료보험이 적자를 거듭하면서 대안을 놓고 찬반이 엇갈린다. 상품 출시 후 보험료를 올릴 수 없도록 제한하는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보험업계 주장에 보험이용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17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4세대 실손 손해율은 134%로 지난 2021년 62.4%보다 71.5%p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4세대 실손보험 보험손익도 2021년 220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2597억원 적자로 손해가 커졌다.

보험업계는 4세대 실손 손해가 큰 만큼 신상품 요율 조정주기 단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상품 요율 조정주기란 실손보험료를 올릴 수 없는 기간을 말한다. 이를 현행법상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면 4세대 보험료를 올릴 수 있다.

4세대 실손은 지난 2021년 7월 출시돼 내후년 7월까지는 보험료 조정이 불가능하다. 보험업계는 이 때문에 4세대 손해율이 높아졌다고 본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5일 “4세대 실손의 손해율 추세가 타 세대에 비해 급격하게 악화됐다”며 “요율조정주기 규제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애초 4세대 실손 보험료가 다소 낮게 측정됐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4세대 실손은 기존 세대보다 저렴한 보험료 덕에 ‘착한 실손’으로 불려 왔다. 4세대 출시 당시 금융위원회는 “기존 실손보험보다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도수치료 등 보장 범위가 줄어든 대신 3세대 실손 대비 약 10%, 2세대 대비 약 50%, 1세대 대비 약 70%의 보험료만 부담하면 됐다. 40세 남성 기준 4만원을 내는 1세대 가입자가 4세대로 전환하면 1만1982원만 내면 된다. 

반면 출시된 지 5년이 지나 요율 조정이 가능한 나머지 실손보험료는 모두 10% 내외 폭으로 인상됐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22년 실손 1세대와 2세대 보험료가 평균 16%, 3세대 보험료가 8.9% 인상됐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특히 3세대 보험료가 각 14%, 18%로 크게 올랐다.

이에 요율 조정 허용으로 4세대 실손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보험연구원이 낸 리포트에서도 “(실손보험의) 적자가 심각하고 보험료 인상 압력이 높다”며 “(출시) 5년 이내 요율 조정을 허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은 다르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장은 16일 보험사가 집계하는 손해율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협회장은 “정말 손해율이 높아서 문제가 되는 거라면 (높아진) 원인을 보험계약자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보험료를 올리려고 보험사가 임의로 계산한 손해율을 명분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급여 치료 횟수가 적어 보험료를 아낄 목적으로 2세대 실손보험을 4세대 상품으로 전환했다는 박씨(29세)는 “크게 아픈 곳이 없어 실손보험금을 청구한 기억이 아예 없다”면서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고 해서 전환했는데 보험료가 오르면 괜히 보장 범위만 줄어든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설계사는 “(보험료가 오르며) 정말 납입하기 어렵고 (보험) 유지가 안 돼서 (4세대로) 전환하기도 하지만, 당장 보험료를 줄여 주고 새로운 보험계약을 받으려고 전환을 권하는 설계사도 있다”면서 실제 보험료를 줄이려고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한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4세대 실손 가입률은 전체의 10%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율 주기 판단이 돼야 조정할 텐데 3세대 요율을 조정한 지 얼마 안 됐다”며 금융당국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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